책 읽고, 수다 떨고, 공부도 하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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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보고 커피 마시고… 나만을 위한 여유로움
9월 어느날 오전 10시 30분. 주부 김승혜(39·송파구 잠실동)씨가 집을 나선다. 남편과 아이들로부터 자유로운 오로지 나만을 위한 짧은 낮시간을 즐기기 위한 외출이다. 그가 도착한 곳은 송파구청 지하 1층 여성 전용공간 한켠에 위치한 북카페.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잠깐씩 책도 보고 차도 마시러 들르곤 하죠. 다른 사람 눈치 볼 것 없고 카페 못지 않은 시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니 더욱 좋아요.”

송파구가 여성을 위해 마련한 이 공간은 여행(女幸= ‘여성이 행복한 서울 만들기 프로젝트’의 줄임말. 2007년부터 서울시와 자치구가 펼쳐 온 여성정책) 사업의 일환으로 조성됐다.여행방 ‘마음의 빨래터’와 카페 ‘여행 쉼터’,도서 공간 등이 갖춰져 있다. 지난 3월 말 문을 열었으며 규모는 300㎡. 다른 자치구에서 운영하는 기존 여성 전용 공간들에 비해 규모부터 크게 앞선다. 뿐만 아니라 최근 리모델링을 통해 기하학적인 데크 기둥과 반투명 고품격 유리가 돋보이는 분위기 있는 공간으로 변신,여성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북카페는 일반 도서뿐 아니라 ‘송파여성작가 보육서가’에 송파여성문학인협회 소속 30여 여성 문인들의 시, 소설, 수필 등 작품 300여 권을 비치하고 있다. 지역 여성 작가들의 문학활동을 돕기 위해서다. 각종 스낵 및 음료가 구비된 쉼터에서는 커피전문점 못지않은 고급 커피가 판매된다. 바로 옆 구내 식당에서는 저렴하고 깔끔한 친환경 식단을 3500원에 맛볼 수 있어 알뜰 가계에도 도움이 된다.

다양한 취미 활동 펴는 ‘마음의 빨래터’
송파 지역 주부들의 온라인 커뮤니티 ‘송파맘’에서 회원으로 활동 중인 한윤민(34·송파구 방이동)씨. 최근 회원들과 함께 리본 공예를 배우고 있다. 모임은 일주일에 한번, 송파구청 여행방 ‘마음의 빨래터’에서 열린다.

“10명 이상의 주부들이 모일 수 있는 장소를 찾기가 힘들어요. 여행방은 무엇보다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 좋죠. 깔끔한 시설도 마음에 들어요. 불가피하게 아이를 데리고 가야하는 경우에도 다른 사람 눈치 보지 않아도 돼 무척 좋아요.”

여행방 ‘마음의 빨래터’에서는 문화·예술·봉사분야 동호회나 스터디그룹 등 여성 동아리 모임이 이뤄진다. 최대 30명까지 수용 가능하며 발표회의 경우 마이크까지 이용할 수 있다.

덕분에 예약 공고가 나가면 하루 안에 한달 일정이 꽉 찰 정도로 여성들에게 인기다. 이달만해도 송파맘 리본 공예 모임, 방송통신대학 스터디 그룹, 영어 학습 모임 ‘그레이스’, 독서 토론 동호회 ‘헤세드’ 등 많은 모임들이 스케줄표를 채웠다.

송파구청 여성정책팀 이영선 팀장은 “공간이 한정돼 있다 보니 모임 당 주 1회, 1일 2~3시간으로 이용을 제한하는 등 보다 많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도록 애쓰고 있다”며 “옛 아낙들이 빨래터에 모여 남편 얘기, 자식 얘기를 나눴던 것처럼 자유롭고 편안하게 이용하는 여성들의 보금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사진설명]
송파구청 지하1층에 마련된 여성을 위한 공간. 휴게 공간인 ‘여행 쉼터’와 다양한 서적들을 구비하고 있는 ‘북카페’, 여성 모임을 지원하는 ‘마음의 빨래터’는 여성들에게 ‘나를 위한 시간’을 즐길 수 있게 해준다.

< 하현정 기자 hppyha@joongang.co.kr >

< 사진=김경록 기자 kimkr8486@joongang.co.kr >


여행방 ‘마음의 빨래터’ 이용 방법
ㅁ 예약 방법= 송파구 홈페이지(www.songpa.go.kr)
 ‘구민참여 - 설문 및 접수 - 온라인접수’에서 매달 25일부터 다음달 이용 선착순 접수
ㅁ이용 시간= 평일 오전 9시~오후 5시30분(토·일·공휴일 제외)
ㅁ문의= 여성가족과 02-2147-27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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