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장애인 부부, 불우노인 4명 8년 봉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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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부모님께 못다한 효도, 다른 어른들께라도 해야지요. " 이웃의 외로운 노인 네분을 8년째 친부모처럼 봉양하고 있는 박익훈 (朴翼壎.51.서울노원구하계동).서말숙 (徐末淑.42) 씨 부부.

朴씨는 왼쪽 고관절을 움직이지 못하는 지체2급 장애인으로 구두닦이.열쇠수리 등으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부인 徐씨와 초등학교 2학년인 둘째딸 (9) 은 키가 자라지 않는 왜소증으로 각각 지체장애 4급과 2급이다.

하지만 朴씨 가족의 얼굴에는 늘 밝은 웃음이 있다.

어려운 노인들을 부모처럼 모시면서 마음의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朴씨 부부의 선행은 92년 이곳 영구임대아파트로 이사오면서 시작됐다.

바로 앞동에 거동이 불편한 노인 부부가 계시다는 얘기를 듣고 무작정 찾아갔다.

살림이 엉망인데다 냉장고가 고장나 음식이 상해 있었다.

곧바로 가전제품 대리점으로 뛰어가 냉장고를 사들이면서 '아들.며느리 노릇' 이 시작됐다.

토요일마다 찾아가 목욕을 시켜드리고 1주일에 두 세번씩 집안청소와 밑반찬을 해드렸다.

말 동무를 해드리는 것은 물론이다.

95년 남편을 여의고 혼자 남은 羅무순 (85) 할머니는 "애비와 에미 덕분에 외롭지 않다" 고 고마워한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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