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 어떻게 키울까-KBS1'놀이야 놀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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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오늘은 아이들이 손꼽아 기다리던 어린이날. 자녀들과 나들이를 다녀와 피곤하더라도 부모들이 참고해야할 프로가 있다.

특히 도회지의 부모라면. 5일 밤12시 방영되는 KBS1 '수요기획' .독립제작사 다큐 - 인이 사라지는 놀이문화의 현주소를 되짚은 '놀이야 놀자' 를 제작했다.

그렇다고 복고풍을 연상하면 안된다. 현재 시점에서 놀이가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분석했기 때문. 서울대 교육학연구소와 공동조사했다.

첫번째 분석. 도시와 농촌의 초등학생 5학년 75명씩을 비교했다. 하루에 노는 시간을 알아보았다. 도시아이는 1시간 이하가 44%, 1~2시간이 34%로 나타났다. 농촌아이는 79%가 3시간 이상. 1시간 이하는 11%에 그쳤다. 도시와 농촌아이가 즐기는 놀이는 각각 36가지와 52가지로 집계됐다.

충격적 결과는 두번째. 다시 초등학교 2학년 35명씩을 뽑아 EQ (감성지수) 를 측정했다. 1백점 만점으로 정서표현.조절능력을 재보았더니 농촌아이가 13점 가량 높게 나왔다.

대인관계.사회성에 주요 변수로 작용하는 정서지수에서 농촌아이들이 더욱 발달된 것이다.

87년부터 전국을 돌며 전통놀이를 수집하고 있는 천안 신계초등학교 이상호 교사의 한마디. "아이들이 노는 곳엔 우는 아이가 있기 마련. 하지만 놀이에도 규칙이 있다. 아이들은 서로 어울리며 갈등을 해소한다. 지금은 이런 놀이를 하는 아이들이 너무 적다. "

제작진은 섬진강 시인 김용택으로 유명한 전남 순창 마안분교에서 '소풍놀이' 란 독특한 놀이도 찾아냈다. 시작도 끝도 없이 술래 한명을 정해 그때그때 떠오르는 생각을 즐기는 놀이다. 그만큼 즉흥성과 자발성이 요구된다.

반면 서울아이들은 어떤가. 어른 못지 않은 빡빡한 일정에 시달린다. 혼자 놀다보니 '유사자폐아' 가 늘고, 전문치료 클리닉도 생겼다. 아이들을 일정기간 시골로 보내는 교육상품도 인기다.

적절한 놀이가 뇌의 발달을 촉진시키고, 양손을 많이 쓸수록 지능이 향상된다는 외국 연구결과도 소개된다.

박성미 PD는 "지식.기능 일변도의 교육을 처음부터 다시 생각하자" 고 말한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서로 신나게 뛰어 놀 시간.장소를 제공할 책무가 있다는 것.

"창의성.협동성이 필수적인 21세기 인간형을 고려하면 마냥 두고볼 문제만은 아니다" 고 역설한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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