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월드컵 주제가 부른 리키 마틴 4집앨범 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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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의 수퍼스타는 단연 펄쩍펄쩍 의자 위를 넘어가며 춤추 듯 트로피를 받아든 이탈리아 감독 겸 코미디언 로베르토 베니니. 그래미 시상식의 수퍼스타를 그 기준에서 꼽자면 5개부문을 휩쓴 로린 힐도, 셀린 디옹도 아닌 라틴팝가수 리키 마틴 (28) 이다.

지난 2월24일 LA 슈라인 오디토리엄에 모인 1만 관중은 마틴이 '올해의 라틴팝 가수상' 을 받고 무대에 오르자 우레같은 환호를 보냈다. 서커스처럼 화려한 조명아래 등장한 마틴은 그에게 그래미를 안겨준 '라 코파 데 라 비다 (지난해 프랑스 월드컵 주제가)' 를 관능적인 허리돌림 댄스와 함께 열창했다. 선후배 팝스타들을 비롯한 관중들은 이내 좌석을 박차고 일어나 허리를 흔들어댔다.

리키 마틴이 이 여세를 몰아 4번째 음반 '리키 마틴' 을 막 발표했다. (5월11일 국내 발매) 이 음반은 그로서는 처음으로 영어로 노래를 불러 팝팬들의 관심을 모으고있다.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에 라틴바람을 일으켜보겠다는 의도가 뚜렷하다. 아닌게 아니라 라틴음악은 한국인들과 은근히 정서가 맞다. 신나고 경쾌하면서 단순한 (혹은 어설픈) 리듬 덕.

언어장벽 때문에 몇년만에 한번씩 히트곡이 나오고있지만 일단 터지면 그 강도는 대단하다. TV 축구중계 예고때마다 단골로 흘러나오는 '오레 - 오레 - 오레' 나 96년 디스코장을 뒤흔든 '마카레나' 는 그 전형. '마카레나' 이후 히트한 라틴팝이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마틴의 새 음반은 모처럼 국내에 라틴바람을 일으킬지도 모른다.

마틴은 미국의 51번째주 편입 논란을 빚고있는 푸에르토리코 출신. 그곳 언어인 스페인어로 노래불러온 가수다. 13세때인 84년 라틴팝그룹 '메누도' 멤버로 데뷔했고 91년 솔로로 돌아 지금까지 3장의 음반을 냈다.

스타덤에 오른 것은 지난해 '라 코파' 가 삽입된 3집 '브엘브' 를 내면서. 지금까지 1천5백만장이 팔려 그를 월드스타에 올려놓은 '브엘브' 는 그래미상 덕에 1년만에 차트정상을 재탈환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번에 새로 낸 음반은 타악기와 브라스를 많이 쓰는 라틴음악의 일반적 형태위에 마틴의 카리스마 강한 보컬이 잘 어우려져있다.

첫 싱글 '리빙 크레이지 라이프' 를 비롯해 대부분 곡이 남녀노소가 축구장 같은 곳에서 함께 부를 수 있는 패밀리송들. 특히 82년 데뷔이래 한번도 다른 가수와 노래부른 적이 없는 마돈나가 처음으로 '비 캐러풀' 에서 마틴과 입을 맞춰 화제가 되고있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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