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배 고교야구] 우승이끈 부산고 조성옥 감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8면

"선수들이 왜 운동을 해야 하는지 뚜렷한 목표의식을 강조한 것이 오늘 우승으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97년 12월 조성옥 (40) 감독은 코치에서 감독으로 승격 (?) 됐다.

그러나 그는 17년 동안이나 몸담았던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벗어야했다. 롯데 코치에서 모교인 부산고 감독으로 부임하면서였다.

그는 "프로에서 지도자로 성공하고 싶은 욕심도 있었지만 당시 모교 야구팀이 너무 부진해 잠자코 있을 수 없었다" 고 한다.

84년 롯데에 입단, 그해 팀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데 일조했고 92년 우승 당시에도 왼손잡이 외야수로 빠른 발과 정확한 타격을 뽐냈다. 그는 또 '영감' 이란 별명을 얻을 정도로 우직하고 리더십도 강했다.

95년 현역에서 은퇴하고 96년부터 코치로 변신한 그는 2년간 롯데의 코치를 맡으면서 착실히 지도자 경력을 쌓았다. 감독으로 부임한 첫 시즌인 지난해 백차승 (시애틀 매리너스) 이라는 초고교급 투수가 있었지만 부산고는 전국무대 정상과는 거리가 멀었다.

조감독은 그때 '스타플레이어보다 팀워크가 중요하다' 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팀을 추스른 올해 '정상급 팀' 으로 꼽히지 않았지만 부산예선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자신감을 얻었다.

본선에서 천안북일고.선린정보고와 1점차 승부를 거듭하면서 부산고는 '정상의 팀' 으로 변해갔다. 그리고 마침내 배명고를 꺾고 정상에 올랐다. 그 뒤에는 "지더라도 왜 지는지 알고 져야 한다" 는 조성옥의 '목표 야구' 가 깔려 있었다.

이태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