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 맘’ 클리스터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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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에 다시 품에 안은 US오픈 우승컵.

‘수퍼 맘’ 킴 클리스터스(오른쪽)가 딸 야다와 우승 트로피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클리스터스는 은퇴 선언 후 2년 만에 선수로 복귀해 US오픈 테니스대회에서 우승했다. [뉴욕 로이터=연합뉴스]

킴 클리스터스(26·벨기에)는 한 손으로 트로피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19개월 된 딸 야다를 안았다.

엄마가 돼 돌아온 클리스터스가 2009년 US오픈 테니스대회 여자단식에서 우승했다. 클리스터스는 14일(한국시간) 미국 뉴욕 빌리진 킹 내셔널 테니스센터에서 열린 여자단식 결승에서 캐럴라인 워즈니아키(덴마크·8위)를 2-0(7-5, 6-3)으로 이겼다.

클리스터스는 2003년 8월 여자프로테니스(WTA) 단식과 복식에서 모두 세계랭킹 1위에 올랐고, 2005년 US오픈에서 생애 첫 메이저 타이틀을 따냈다. 그리고 그게 마지막인 듯했다. 2006년 손목 부상으로 US오픈에 불참했고, 2007년 4월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이후 미국의 농구선수 브라이언 린치와 결혼했고, 2008년 2월에는 딸을 낳았다.

클리스터스는 은퇴 당시 “난 유명인이 되려고 테니스를 하는 게 아니라 그저 테니스를 좋아하는 것이다. 이제는 내 생활을 갖고 싶다”고 말했지만 결국 테니스에 대한 그리움을 이기지 못하고 올해 3월 복귀했다.

복귀 후 그는 변변한 성적을 내지 못해 랭킹 포인트조차 없었다. US오픈에는 와일드카드 자격으로 참가했다. US오픈 역사상 와일드카드 참가자가 우승한 것은 클리스터스가 처음이다. ‘엄마 선수’가 메이저대회 단식에서 우승한 것도 1980년 윔블던 우승자 이본 굴라공(호주) 이후 처음이다.

클리스터스는 16강에서 비너스 윌리엄스(미국·3위)를 꺾었고, 준결승에서 비너스의 동생 세리나 윌리엄스(2위)를 이겼다. 이진수 대한테니스협회 이사는 “클리스터스는 여전히 파워가 넘친다. 또 ‘발’에서 밀리지 않는다. 어린 선수들의 공을 빠른 발로 다 쫓아다니는 데다 노련함에서 뒤질 게 없다”고 우승 요인을 분석했다.

또한 그는 “10대의 어린 선수들이 돌풍을 일으키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여자테니스는 아직 확실한 세대 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 샤라포바, 이바노비치 등 자리를 굳혀야 할 젊은 스타들이 하향세다. 클리스터스가 우승하기까지는 이런 분위기도 한몫했다”고 덧붙였다.

우승의 원동력이 무엇이었든 간에 클리스터스는 자신의 행복한 모습을 전 세계에 자랑했다. 메이저 우승컵을 따낸 직후 남편과 키스를 나눴으며, 휴식 시간에는 딸의 손을 잡고 뉴욕 센트럴파크의 동물원을 찾았다. 워즈니아키는 “클리스터스는 전성기 때보다 오히려 좋아 보였다”고 말했다.

한편 남자단식 준결승에서는 로저 페더러(스위스·1위)가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4위)를 3-0으로, 후안 마틴 델 포트로(아르헨티나·6위)가 라파엘 나달(스페인·3위)을 역시 3-0(6-2, 6-2, 6-2)으로 완파했다.

이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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