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한 축산고교생들의 한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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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전북남원시운봉읍동천리 전북축산고 3년 金모 (19) 군은 요즘 축산.낙농경영 실습시간이 지루하기 짝이 없다.

실험실에서 플라스틱 모형 소로 실습하거나 교실에서 책을 보며 시간을 때우기 때문이다.

졸업후 고향인 전남순천에서 목장을 할 꿈을 안고 이 학교에 진학했다는 金군은 "교과서에 적혀있는 대로 젖소를 기르고 젖짜는 실습을 해봤으면 좋겠다" 고 말했다.

69년 축산인 양성을 위해 설립돼 한때 재학생이 3백여명에 달했던 전국 유일의 전북축산고에 젖소가 단 한마리도 없어 재학생 1백81명이 1년여 동안 제대로 된 실험.실습을 못하고 있다.

이 학교는 지난해 12월 농림부의 20억원 지원으로 1천여평의 새 축사를 지었다.

그러나 3백여평의 젖소 사육장은 텅 비어있고 수천만원을 들여 설치한 젖짜는 기계와 분뇨처리 시스템 등도 마냥 방치된 채 녹슬고 있다.

지난해 5월 새 축사를 짓기 시작하기 전만 해도 젖소 20여마리가 있었다.

그러나 8개월여 동안 공사를 하면서 마땅한 사육 장소가 없자 학교측은 젖소를 팔아 그 돈을 전북도교육청에 반납했다.

지난해 12월 축사가 완공됐지만 교육청은 재정부족과 예산편성 시기가 지났다는 이유로 여태껏 젖소를 사주지 않고 있다.

한우 15마리와 돼지 9마리가 있으나 이 정도 가지고는 전교생이 실습을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염소는 아예 없다. 학교측은 "축산인을 양성하는 학교에 젖소가 없는 현실이 너무나 가슴아프다" 며 젖소 기증자를 애타게 찾고 있다.

남원 = 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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