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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세종시 해법, 국제과학비즈니스 벨트에 있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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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천장에 달린 바나나를 따기 위해 사다리에 오르는 순간 찬물이 뿌려지는 실험장치가 여덟 마리 원숭이 우리에 설치됐다. 몇 번 찬물 세례를 받은 뒤 원숭이들은 아무도 바나나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사정을 모르는 신참 원숭이가 사다리에 오르려 하면 기존 원숭이들이 가로막았다. 시간이 흘러 실험자는 찬물 샤워 장치를 제거했다. 그 뒤 또 다른 신참 원숭이가 올라가려 하자 기존 원숭이들은 아예 폭행을 했다. 시간이 더 흘러 초기 여덟 마리 원숭이가 모두 다른 원숭이로 교체됐다. 그래도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새로운 여덟 마리 원숭이들은 사다리를 건드리려고도 하지 않았다. 바나나를 생각하는 건 원숭이 사회에서 금기가 됐다. 위험요인이 제거됐는데도 말이다.(2008년 봄, 서울 W호텔.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강연에서)

금기의 역사는 종종 어리석다. 위험이 제거돼 새로운 기회가 열렸는데도 사람들은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똑같은 패턴을 반복할 뿐이다. 정운찬 총리후보 지명자가 발설해 뜨거워진 세종시 이슈도 마찬가지다. 충남 연기군에 들어설 세종시에 서울에 있는 중앙정부 9부2처2청 행정청(이명박 정부 기준)을 반드시 다 옮겨야 할까? 그 가운데 일부만 옮기고 다른 더 좋은 걸 오게 하면 안될까? 중앙정부가 둘로 쪼개지는 비효율성도 해소하고, 충청인에게도 기분 좋은 다른 해법은 없을까?

이런 정당한 의문을 공공연히 제기한 정치인들은 드물었다. 충청도 지역정서를 건드리면 뼈도 못 추린다는 ‘원숭이 샤워장치’ 때문이다. 정작 안목 있는 충청 출신 인사들은, 세종시 이슈가 행정청 개수 논쟁으로 산수화되는 것을 자괴하고 있다. 행정청 이전은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세종시의 진짜 목적은 2030년까지 50만 명 인구의 자급자족 도시를 만드는 것이다. 행정청만 이전하면 인구가 늘고 자동적으로 자급자족형 도시가 이뤄진다는 주장은 허황하다. 세종시 논쟁에서 목적은 증발하고, 수단이 마치 목적인 듯 굴고 있다.

세종시의 목적인 ‘자급자족형’은 어떻게 만들 것인가. 이명박 정부가 오랫동안 준비해 국회에 특별법안으로 제출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를 세종시 건설계획에 추가하면 그 목적이 이뤄질 수 있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는 메트로 인구 80만 명을 헤아리는 스위스 제네바를 모델로 구상됐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엔 세계적인 규모의 중이온가속기와 아시아기초과학연구소를 중심으로 그 주변에 쾌적한 환경의 비즈니스 단지가 형성된다. 가속기-연구소-비즈니스단지가 연결돼 ‘방사선 제로, 무해 원자력 에너지’ 같은 꿈의 원천기술이 개발된다. 이런 기술들로부터 무한한 산업가치와 고용창출이 유발된다. 1단계로 2012년까지 3조5000억원이 투자될 예정이다.

정부는 아직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를 어디에 설치할지 확정하지 않았다. 이 벨트가 세종시에 구축된다면 세종시는 인구 많은 자급자족형 도시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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