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공무원노조의 민주노총 가입 시도는 시대역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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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공무원노조들이 민주노총 가입을 추진 중이다. 전국공무원노조·민주공무원노조·법원공무원노조 등 3개 단체가 오는 21~22일 ‘노조 통합과 상급단체 결정을 위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하겠다고 엊그제 밝혔다. 10만여 조합원을 거느린 3개 노조가 통합 후 민주노총으로 들어가면 전교조(7만7000여 명)를 제치고 민주노총의 최대 단일노조가 된다.

공무원노조들이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뭉치려는 것은 상관할 바 아니다. 하지만 통합단체를 민주노총으로 끌고 들어가는 것은 국리민복 차원에서 용인하기 어렵다. 엄격히 유지돼야 할 공무원의 정치중립성을 깨뜨릴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공무원법은 공무원의 정치활동을 금하고 있다. 근로자이기에 앞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특수신분임을 감안한 것이다. 공무원노조법이 단체행동을 금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런데 민주노총이 어떤 단체인가. ‘노동단체’라기보다는 정치투쟁에 경도된 조직이라는 게 국민 대부분의 인식이다. 민노당과도 우호관계에 있다. 결국 이런 단체에 소속되겠다는 것은 정치 중립을 깨겠다는 발상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3개 단체들은 “정치 중립을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사실상 불가능하다. 상급단체의 투쟁지침에 무조건 복종해야 하는 민주노총 체제에서 정치투쟁에 내몰릴 게 불 보듯 뻔하다. 정부 정책에 솔선수범해야 할 공무원들이 정책 반대를 위해 가두투쟁에 나선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으로 돌아갈 것 아닌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공무원노조들이 민주노총에 가입하려는 이유는 뻔하다. 강경투쟁 노선에 의존해 연금 개혁과 구조조정 저지 등 집단이익을 관철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민주노총에 의지해서 근로조건을 개선시킨 산하 단체들이 과연 몇 곳이나 되는지 둘러봐라. 오히려 민주노총의 과격 정치투쟁과 부패 비리에 진저리를 내고 독자 노선을 가는 사업장 노조들이 줄을 잇고 있는 상황이다. 쌍용차·KT 등 올 들어 민주노총을 탈퇴한 노조가 16개에 이른다. 이를 뻔히 지켜보면서도 붕괴 위기의 민주노총에 스스로 들어가려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