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나 대기업 본사 이전”에 “경제 수도로 육성” 주장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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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행정중심복합도시는 말 그대로 행정 도시를 기본으로 하되 다른 기능도 집어넣은 도시라는 뜻이다. 행정수도로 추진할 때는 청와대와 안보·통일 관계 부처, 입법부와 사법부까지 모두 이전할 계획이었다. 이 계획의 추진이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어려워지자 그 공백을 다른 기능으로 보완해야 했다. 그래서 정치권이 합의한 도시 성격이 행정중심복합도시다. 이것이 정치권과 주민들이 말하는 ‘원안’이다.

정운찬 총리 후보자의 ‘원안 수정’에 동조하는 인사들은 지난주 목소리를 높였다. 현승종 전 국무총리를 비롯한 각계 인사 1200여 명은 지난 10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 모여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계획을 즉시 중단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일사불란한 움직임이었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일까. 서명을 주도한 서경석 선진화시민행동 상임대표는 세종시에 정부부처를 옮기지 않는 대신 친환경 기업과 서울대 등 우수 대학을 유치해 첨단산업과 의료·교육·문화가 어우러진 도시로 만들자는 대안을 내놓았다. 대기업 본사나 명문 대학이 각각 1~2곳 이전하는 방안도 녹색도시 건설처럼 툭하면 나오는 대안이다.

서울대 환경대학원 최막중(도시계획학) 교수는 최근 기고문에서 “수정안은 불가분 세종시로 옮기는 정부부처를 최소화하는 대신 더 큰 경제적 효과를 갖는 기능으로 대체하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대체 기능이 적어도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기능보다 산업연관 효과가 높아 지역주민에게 고용과 부가가치 창출 등 더 큰 경제적 이익을 줄 수 있어야 하고, 기존에 충청권이 가졌던 비교우위 기능과 상호 연계돼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그동안 제기된 첨단 과학기술과 고등교육 기능을 포함한 여러 대안의 실익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무소속의 이인제 의원은 9일 “세종시가 새로운 경제의 중심으로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초당적으로 찾아야 한다”며 “국제 과학비즈니스 벨트를 세종시 중심으로 만든다면 신경제수도 기능을 갖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실성은 없으나 수용한 땅을 원소유자에게 다시 돌려주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현행 토지보상법은 원소유주가 수용토지를 되살 권리(還買權·환매권)를 인정하고 있다. 사업의 폐지·변경 등의 사유로 땅의 전부 또는 일부가 필요 없게 된 경우나 해당 사업에 이용하지 않은 경우 취득일 당시의 토지소유자나 승계인이 환매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보상금에 상당한 금액을 돌려주고 땅을 되돌려받는 것이다. 행정 중심이 아닌 교육·과학 등이 중심이 될 경우 과연 환매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는 면밀한 법적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허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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