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임상시험 속속 성공 “1회 접종만으로도 충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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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호 04면

국내 제약사가 만든 신종 플루(인플루엔자 A/H1N1) 백신의 임상시험이 시작됐다. 녹십자사는 지난 7~10일 고려대 구로병원과 안산병원, 성빈센트 병원 등 3곳에서 19세 이상의 성인 472명에게 신종 플루 백신 1차 접종을 마쳤다. 최근 성인은 신종 플루 백신을 한 번만 맞아도 충분한 예방 효과를 보인다는 해외 임상시험 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이번 1차 접종 결과를 더욱 주목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보통 1회 접종하는 계절 독감 백신과 달리(생후 최초 접종인 어린이는 2회) 신종 플루 백신은 2회 접종을 해야 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백신 개발 어디까지 왔나

이번 임상시험의 총괄 책임자인 고대 구로병원의 김우주(감염내과) 교수는 “현재까지 백신을 맞은 사람들 모두 접종 부위가 살짝 붓거나 아프다든지 열이 나는 증상 정도 외에는 심각한 이상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항체 형성 여부는 접종으로부터 3주 후에 실시하는 혈액검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보령제약에서 수입할 중국 시노박사 백신은 임상시험 대상자 95% 이상이 1회 접종만으로도 항체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녹십자사 제품도 거의 같은 공정으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비슷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신종 플루 감염률이 10대와 20대 연령층에서 가장 높고 30대만 돼도 확 떨어지는 현상을 놓고 전문가들은 같은 유전자형이었던 스페인 독감이나 그 아류에 노출됐던 경험과 관련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과거 비슷한 독감에 걸려봤던 사람은 신종 플루 백신의 1회 접종으로도 항체가 쉽게 만들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약 30여 타입의 신종 플루 백신이 생산되거나 생산을 준비 중이다. 백신의 유형은 바이러스의 배양 방식이나, 추출한 바이러스의 이용 방법 등에 따라 갈린다. 가장 흔한 게 유정란을 이용해 배양하고, 추출한 바이러스를 죽인 뒤 면역기능과 관련된 부분만 떼어내 만든 백신이다. 녹십자가 현재 임상시험 중인 제품이나 중국의 시노박 제품이 바로 그것이다. 해외에서는 60년 가까이 계절 독감 생산에 사용해온 방법이기 때문에 기본적인 안전성은 이미 충분히 검증됐다고 볼 수 있다. 최근 권위 있는 국제 학술지인 ‘뉴잉글랜드저널’에 임상시험 결과가 게재돼 관심을 모은 호주 CSL사의 신종 플루 백신도 녹십자나 시노박 제품과 같은 공정으로 만드는 제품이다.

CSL측은 120명의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신종 플루 백신의 임상시험을 진행한 결과 대상자의 75~96%가량이 단 1회의 접종만으로도 충분한 항체를 생성해냈다고 밝혔다. 반면 뉴잉글랜드 저널에 비슷한 결과를 발표한 노바티스사 백신은 유정란이 아닌 세포배양 방식과 면역보강제를 사용한 제품이다. 또 현재 정부가 구매하기로 한 다국적 제약사 GSK의 제품은 녹십자 백신과 거의 비슷한 공정을 거치지만 마지막 단계에서 면역 보강제를 첨가, 같은 양의 백신을 4명에게 접종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녹십자도 최근 면역보강제 수입계약을 체결했다. 김우주 교수는 “공정이 조금씩 차이가 나지만 계절 독감 백신의 경우 전반적인 안전성이나 면역효과는 큰 차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어쨌든 녹십자 백신의 임상시험 1차 접종에서 항체 형성률이 높게 나오면 정부의 백신 공급 계획은 훨씬 여유가 생긴다. 11월 중순께로 예상되고 있는 국내 접종 시기도 당겨질 수 있다. 11월이야말로 대유행이 정점에 달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전망을 고려하면 매우 희망적인 일이다. 중국은 1차 접종으로 제품 출시를 허가해 이미 지난 3일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백신의 국가검인 심사과정을 총괄하고 있는 식품의약품안전청 생물제제과의 강석연 과장은 “우리도 1차 접종 결과에 따라 허가 시기가 2~3주 당겨질 수 있다”며 “신중하게 결과를 확인해 보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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