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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째 배움의 불 밝힌 의정부 '노성야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이웃들의 못배운 한을 조금이나마 풀어주기 위해 밤을 밝혀가며 가르치고 있습니다. "

지난 20일 오후 8시30분 의정부시의정부2동 옛 동사무소 청사. 5평 남짓한 좁은 교실 안에서는 늦은 배움의 열기가 가득하다.

30~40대 주부를 비롯, 20대 여 회사원, 10대 청소년.자영업을 하는 50대 아저씨 등으로 구성된 13명의 학생들은 초롱한 눈빛으로 중학과정 수학을 가르치는 대학생 교사를 주목하고 있다.

옆 교실에서도 주부 및 회사원.청소년 등 7명이 대학생 교사로부터 고교과정 수학을 열심히 배우고 있다.

지난 81년 1월부터 의정부 지역에서 19년째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노성 (勞成) 야학. 이 곳에는 현재 11명의 교사가 20명의 학생들에게 중.고교 과정을 가르치고 있다.

수업료는 없으며 교과서도 무료도 지급된다.

수업시간은 매주 월~금요일 오후 7~10시. 교사들은 일주일에 1~2차례씩 나와 1~4시간씩의 수업을 진행한다.

수업과목은 중.고교 모두 국어.영어.수학.사회.국사.과학 등 6 과목. 교양으로 생활영어도 지도해 주고 있으며 매주 금요일 9시부터 1시간은 법률.철학.과학.일반상식.음악.미술 등 다양한 생활문화강좌도 열고 있다.

교사들은 금요일 수업후인 오후 10시면 한자리에 모여 다음주 교과지도 계획 및 학사일정 등을 협의한다.

그동안 노성야학에 나와 야학지도 자원봉사를 벌인 교사는 무려 3백여명에 이른다.

6년째 고교 사회과목을 지도하는 황미향 (黃美香.30.여.사회복지관 강사.의정부시가능3동) 씨는 "매주 2차례씩 수업을 준비하고 야학에 나와 공부를 가르치다보니 개인 시간이 부족한 게 사실" 이라며 "하지만 학생들의 초롱초롱한 눈동자와 진지한 수업태도를 보면서 의욕과 보람을 느낀다" 고 말했다.

1년 6개월 과정인 이곳 야학을 마친 학생수는 지난 19년동안 무려 5백70여명에 이른다.

이중 절반 가량은 수료후 검정고시를 통해 중.고교 졸업자격을 취득했다.

특히 지난 3월 신흥대학 유아교육과에 진학한 韓모 (21.여.의정부시가능3동) 씨 등 10여명은 전문대학에 진학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현재의 야학교장은 3년전 서울 영일고 교장에서 명예퇴직한 교직 30년 경력의 강성찬 (姜聲瓚.63.의정부시용현동) 씨. 그는 "시에서는 매년 3백여만원의 경비를 지원해주는데다 지난 2월에는 42평 규모의 빈 동사무소를 배움터로 제공해 줘 운영에 큰 어려움이 없다" 며 "다음달에는 4개의 교실을 모두 활용해 현재 20명인 수강생을 60명으로 늘려 모집할 예정" 이라고 밝혔다.

교사들은 빠듯한 운영비를 쪼개 월말이면 학생들에게 생일잔치를 열어주는가 하면 봄.가을에는 체육대회, 5월에는 야유회 행사도 갖는다.

신동호 (申東浩.26.대학생.의정부시가능3동) 교감은 "현재 컴퓨터와 전화가 1대 밖에 없어 컴퓨터 및 인터넷 교육을 실시하지 못해 안타깝다" 며 "앞으로는 시청각실을 갖추는 게 최대 희망사항" 이라고 말했다.

0351 - 874 - 8978.

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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