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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당 군대는 강도' 대만 만화교재 파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초.중학교 교재로 발간된 '만화로 보는 대만역사 (漫畵 臺灣史)' 가 대만 사회에 파문을 던지고 있다.

그동안 정식 역사과목에서 생략됐거나 간략하게 서술됐던 '역사적 금기' 를 건드렸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현 정부의 모태인 국민당군을 '강도' '패잔병' '학살자' 로 표현했다.

국립대만대 역사학계 교수들이 초.중학교 교재용으로 10권 분량으로 집필한 '만화 대만사' 중 문제가 되는 부분은 마지막 '민국시대 (民國時代)' 부분. 만화는 이 부분 서론에서 "일본 항복 이후 국민당 정부가 대만을 접수하는 과정에서 무자비한 계엄이 펼쳐졌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억울한 생명들이 사라지고 인권이 무참하게 짓밟혔다" 고 썼다.

지금까지 대만내 어떤 역사책도 내지 못했던 목소리다.

'대만 발전' 을 강조해온 지금까지의 정부 입장과도 정반대다.

대만을 접수했던 국민당 17군 (軍)에 대해서도 "누더기옷에 부서진 밥솥과 우산을 짊어진 모습은 걸인부대를 방불케 했다" 고 묘사했다.

"가게에 들어가 물건을 마구 집어들고 나오는 모습은 마치 강도 같았다" 고 비판한 대목도 있다.

만화는 이어 "두 장 (蔣.장제스와 장징궈 두 총통) 의 집권기간중 절도죄와 간첩죄로 투옥된 사람, 총살당한 사람은 그 수를 계산하지 못할 정도" 라며 족벌세습 독재정치의 폐해를 신랄하게 비난하기도 했다.

대만 교육부와 의회내 교육위원회는 "일부 내용에 대해 이론이 있으나 역사는 '관점의 학문' 인 만큼 (우리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출판에 반대할 수는 없다" 고 말했다.

그래서 책의 출간은 대만 정부의 입장변화로도 해석된다.

홍콩 = 진세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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