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하티르 심장병 심각…말레이시아 정국 돌발 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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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말레이시아 정국이 심상치 않다.

연일 계속되는 반정부 시위에다 마하티르 총리의 건강이상까지 겹친 탓이다.

반면 안와르 전부총리를 추종하는 야권은 한층 기세가 오른 모습이다.

실형선고에 대한 국민적 동정에다 중산층의 개혁의지를 효과적으로 묶어낸다면 다음 총선에서 선거혁명을 이뤄낼 수 있다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 마하티르 병세 = 지난주 TV에서 마하티르 총리를 지켜본 말레이시아 국민들은 깜짝 놀랐다.

초점 잃은 눈빛, 축 처진 얼굴근육에 목소리까지 떨렸다.

10일간의 입원치료를 마친 마하티르는 예전의 활기찬 모습과는 너무 딴판이었다.

마하티르를 치료해온 한 의료진은 최근 서방언론과 가진 회견에서 "주치의로부터 무기한 휴식명령이 내려졌다" 고 마하티르의 상태를 전했다.

그는 "만일 활동을 재개한다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경고까지 있었다" 고 사태의 심각성을 밝혔다.

홍콩 명보 (明報) 와 영국 선데이 타임스지 등에 따르면 감기로 시작된 마하티르의 병세는 폐렴을 거쳐 폐에 물이 차는 단계를 지나 지금은 심장박동에 이상을 초래하는 위험한 수준이라는 것.

◇ 집권당 전략수정 = 안와르에게 실형을 선고한 뒤 조기총선으로 정국 주도권을 회복한다는 당초의 전략을 바꾸기로 했다.

마하티르가 뒤를 받쳐주지 않는 한 이 계획은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대신 국민들의 개혁의지를 최대한 수용하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한다는 방침이다.

집권 통일말레이민족기구 (UMNO) 내 청년분과위 집행위원인 압둘 아지즈 세이크 파지르는 18일 "지금이 말레이시아 정치의 분수령" 이라며 "투명성과 책임성을 지향하는 새로운 정치사상이 집권세력내에서 싹트고 있다" 고 주장했다.

◇ 안와르 진영의 전략 = 호재가 겹치자 즐거운 비명이다.

마하티르 와병.총선일정 조정.ISA 폐지 주장 등이 집권세력내에 심각한 내홍을 가져올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당장은 개혁열기의 확산과 민심잡기에 힘을 모으고 있다.

안와르의 부인인 완 아지자 여사는 "신은 마하티르를 버렸다" 고 선언한 뒤 "앞으로 국민정의당 (NJP) 을 중심으로 참다운 선거혁명을 이뤄내자" 고 독려하고 있다.

홍콩 = 진세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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