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 구조조정 발표 금감위 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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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대우그룹이 지난 13일 내놓은 재무개선 수정안에 이어 이날 추가로 대규모 자산매각 계획을 밝힌데 대해 금융감독위원회는 '5대재벌 구조조정이 본궤도에 올랐다' 며 일단 크게 흡족해하는 분위기다.

대우측이 지금까지 금감위가 5대재벌에 대해 줄곧 주장해온대로 그룹 핵심중 핵심이랄 대우중공업의 조선부문을 포함, '팔릴만한 알짜기업' 을 팔아 빚을 갚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금감위 관계자는 "이 정도의 구조조정이면 그야말로 '제 살을 도려내는' 고강도 자구노력" 이라며 "계획대로 추진만된다면 연말 부채비율 2백% 달성 등 재무개선 목표를 충분히 달성할 것으로 본다" 고 말했다.

금감위는 표면적으로는 대우가 핵심계열사 매각이란 '극약처방' 을 들고 나올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대통령 주재로 주채권은행과 5대재벌이 재무개선약정을 체결한 이래 줄곧 금감위는 금융제재란 '채찍' 과 출자전환이란 '당근' 을 들이대며 대우 등에 핵심계열사 매각이나 워크아웃 (기업개선작업) 추진을 독려했지만 재계는 '시간끌기' 로 버텨왔다.

때문에 대우가 이날 이처럼 예상을 뛰어넘는 고강도의 구조조정안을 내놓은 것을 놓고 재계에서는 최근 정부의 압박수위가 얼마나 높았는지를 반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금감위는 "대우 스스로 이 방법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일 뿐" 이라며 이런 시각을 애써 부인하고 나섰다.

이와 관련 이헌재 (李憲宰) 금감위원장이 이날 시중은행장들을 불러모아 "최근 정부가 특정재벌에 대해 고강도의 제재를 가할 것이란 얘기는 사실과 다르다" 며 "5대재벌 구조조정은 자율적으로, 시장안정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게 정부의 일관된 방침" 이라고 밝힌 것도 대우의 구조조정안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한편 금감위는 대우가 제시한 구조조정 계획이 그대로 인정받을 경우, '주의환기' 나 '경고' 등의 제재조치는 필요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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