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 구조조정 발표 재계 반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대우그룹이 19일 강도높은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자 다른 그룹들도 구조조정 계획을 재점검하는 등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재계는 대우와 함께 '구조조정 미흡' 평가를 받은 현대그룹의 향후 행보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대우중공업 직원들은 조선.상용차엔진 부문의 해외매각 방침이 알려지자 당혹해하고 있다.

대우중공업 고위 관계자도 "조선부문 매각을 위해 일본 업체와 협상을 벌인다는 사실은 금시초문" 이라며 "구조조정본부에서 어떤 작업을 해왔는지 우리도 궁금할 따름" 이라고 말했다.

반면 워크아웃설에 시달렸던 대우자동차는 이날 발표로 그룹의 최대 주력업종이 자동차임을 확인해줬다며 안도하는 분위기.

○…현대는 "당초의 재무구조 개선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돼 별 문제가 없다" 는 입장. 하지만 이번 대우의 발표로 어떤 형태로든 좀 더 진일보된 내용의 구조조정을 단행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는 자동차.전자.건설.중화학.금융 및 서비스 등 5개 주력업종을 제외한 대부분의 계열사들을 매각 또는 외자유치 등을 통해 정리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특히 인천제철과 현대강관 등 주력 업종에서는 빠지지만 팔아버리긴 아까운 계열사까지 매각대상에 포함시켜 협상을 진행 중이며 현대석유화학.현대정유도 해외자본 유치를 통해 사실상 현대에서 분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대정공 역시 자동차 부문만을 흡수합병하고 나머지 부분은 아예 매각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기아자동차의 계열사 13개 중 기아.아시아자판 등 직접적으로 기아차와 관련이 있는 5개 회사를 제외한 나머지를 매각.청산 등의 방법으로 정리할 계획이다.

박세용 (朴世勇) 구조조정본부장은 "자생력이 없는 계열사는 올해안으로 전부 매각하거나 청산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인수를 희망하는 외국회사 등과 다각적인 협상을 진행중" 이라고 말했다.

○…김우중 (金宇中) 회장이 대표로 있는 전경련은 말을 아끼면서도 향후 전경련 운영방침에 변화가 있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웠다.

전경련 고위 관계자는 "대우가 강도높은 구조조정계획을 발표한 만큼 현대 - LG의 반도체 가격협상과 삼성 - 대우의 자동차 빅딜이 곧 결실을 맺을 것으로 본다" 면서 "회장단 그룹이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하기 때문에 다른 그룹들도 자연스럽게 구조조정을 끝낼 것으로 본다" 고 말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대우그룹의 발표를 '액면 그대로' 믿기 어렵다는 신중한 반응이 나오기도. 재계의 한 관계자는 "대우그룹의 매각 의사보다 실제 사겠다는 쪽의 의향이 중요한데 어느 정도 협상이 진행된 상태에서 발표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 고 지적.

차진용.이수호.김종윤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