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발언대] 홍수예방, 댐건설 능사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지난 7일 건설교통부.환경부 국정개혁보고에서 대통령은 "수도권 주민들의 홍수피해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며 동강댐 건설의 필요성을 밝혔다.

그러나 홍수대책을 댐 1~2개 더 짓는 것으로 해결하겠다는 발상은 매우 단편적인 접근이라고 본다.

댐에는 분명 홍수조절 기능이 있다.

그렇지만 그 기능을 잘못 운용하면 예산낭비일 뿐 아니라 더 큰 재해를 유발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서 발간한 '홍수피해 경감을 위한 방재대책의 개선방안' (1997) 보고서에서도 홍수발생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대규모 개발사업에 따른 불투수성 면적 증가 ▶하천주변 개발 등 하천단면 축소로 유출량 증가와 수위 상승 등을 꼽고 있다.

즉 이러한 이유로 같은 양의 강우량에도 개발 이전에 비해 하천의 유출량이 단시간에 증가하고 홍수 도달시간이 짧아져 '재해 잠재력 (disaster potential)' 이 매년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토목학회 논문집 (1992) 중 '한강유역내 기왕의 이상 홍수 해석'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근대적 수문관측이 이뤄진 1916년 이후 최대 홍수는 1925년 대홍수이고, 둘째로는 90년 홍수로 기록되고 있다.

25년 홍수 때의 총유출량은 79억t이었고, 한강 인도교 수위는 12.26m로 공식집계됐다.

그러나 하상 변동과 하천 개발계획 등 주요 변수를 고려해 90년 홍수 때의 수위를 25년 상태로 환산하면 12.89m가 된다는 계산이다.

이러한 결과는 한강 상류에 많은 댐이 건설됐지만 홍수조절 기능은 전혀 효력이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되기까지 두 가지 명백한 이유가 있다.

첫째, 그동안 댐이 많이 건설됐지만 기상예측 및 홍수예측 기법의 후진성으로 홍수조절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했다.

아직도 우리나라는 일제 때 사용하던 '저류함수법' 을 그대로 쓰고 있다.

이는 발생 오차와 이론의 부적정성으로 일본에서조차 사용하지 않는 기법으로 전세계에서 오직 우리나라만이 사용하는 낙후된 방법이다.

둘째 이유는 법률체계의 난맥상과 부처 이기주의.행정 편의주의다.

현재 상류 댐 개발 및 관리를 위한 다목적댐 법은 건설교통부 소관이고, 홍수발생시 조치를 규정하고 있는 풍수해대책법은 행정자치부와 각 지자체 담당이며, 관개용 댐은 농림부, 발전용은 통상산업부, 기상예측 및 예보업무는 과학기술부와 기상청 등으로 나뉘어 있다.

더욱이 여기에 한전과 수자원공사의 이권구조가 개입되면서 홍수상황 아래서도 국가 전체의 수해상황에 관계없이 용수확보 및 수력발전에 따른 경제적 이익만을 추구해 댐의 제한수위를 초과해 운영하는 기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요컨대 정부가 진정으로 홍수예방을 하고자 한다면, 최우선적으로 수도권의 도시화 계획을 재조정해 해당지역의 불투수층을 지속적으로 줄여나가야 한다.

또한 하천변을 포함한 저지대의 개발을 제한하고, 녹지훼손 행위를 엄단하는 정책을 펴 땅의 흡수 (吸水) 및 보수 (保水) 기능을 되살려야 할 것이다.

둘째로 6~8월을 홍수예방 특별기간으로 정해 전국 각 수계의 모든 댐 (한전이 관리하는 발전용 댐도 포함) 들에 대해 소관부처를 초월해 종합자원관리프로그램 (IRP) 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제도화해야 한다.

산업공학적으로 기존의 한강 수계 다목적댐만 연계운영할 경우 전체 저수량을 15.9% 늘리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도 이미 나와 있다.

황상규 환경운동연합 정책실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