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산 사랑회' 맹렬주부 10명 매주 암벽등반 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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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14일 오전 북한산 인수봉의 깍아지른 듯한 암벽에 줄줄이 달라붙어 있는 40, 50대 주부 10여명. 다리는 부들부들 떨리고 손톱도 빠질 듯이 아파온다.

위를 봐도 아래를 봐도 눈에 들어오는 것은 가파른 절벽 뿐. 갑자기 무서운 마음에 들어 허리에 연결된 자일을 만져보기도 한다.

그렇게 2시간이 흘렀을까. 정상에 올랐다.

'해냈다' 는 성취감이 온 몸을 스친다.

이들은 매주 도봉산.북한산 등에서 암벽을 타는 '도봉산 사랑회' 회원들이다.

지난해 6월부터 도봉구청에서 무료로 운영하는 한달 과정의 '등산학교' 를 수료한 후 바위맛을 잊지 못해 지난 10월 동호회를 조직했다.

"등산이 골다공증 예방에 좋다는 말에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었다" 는 박견자 (朴絹子.53.도봉구창동) 씨. 다섯번째 강좌 날 인수봉에서 처음 암벽타기를 배울 때는 무서워서 안하겠다고 버티기도 했다.

하지만 이젠 "흙만 밟고 다니는 산행은 밋밋해서 별로" 라고 말할 정도로 암벽타기에 매료됐다.

특히 "2시간 넘게 끙끙거리며 올라갔던 암벽을 줄을 타고 10여분만에 내려오는 짜릿한 기분은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고 강조한다.

'시름을 잊게 해준다' 는 것도 암벽이 이들을 부르는 이유중 하나다.

"암벽을 오를 때면 일체의 잡념이 사라진다. 살아서 돌아가야 된다는 생각 뿐이다. " 박영자 (朴永子.49.도봉구창동) 씨는 "산을 오르다 보면 속상했던 일, 안달했던 일에 대해 관대한 마음이 된다" 고 말했다.

감기 등 잔병치레도 없어졌고 계단을 오르내릴 때 숨이 가쁘지도 않다.

자연과 가깝게 지내면서 환경보호 의식도 강해졌다.

또 산이 주는 기쁨을 어려운 이웃과 나누고 싶다는 생각에 지난 연말에는 김장김치 50포기와 빨래탈수기를 무의탁노인 보호시설인에 도봉구방학동 '요셉의 집' 에 전달하기도 했다.

암벽은 중년 주부들에게 '살빼기' 라는 부수입도 올려줬다.

황순복 (黃順福.41.도봉구방학동) 씨는 "엄지발가락에 힘을 줘서인지 아랫배가 날씬해졌다" 며 환하게 웃었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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