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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거리는 7대 사회보험] 5. 고용.산재보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은 근로자들의 안정적인 생활과 건강을 담보해주는 장치다.

그러나 우리 현실은 이 혜택을 못받는 사각지대의 취업자가 전체 취업자의 절반을 넘는다.

두 보험의 재정과 운용도 저효율의 질곡에 빠져 있다.

노동관련 두 보험의 문제점과 대안을 알아본다.

서울 송파동에서 사업주와 '정규' 직원 6명이 여성용 액세서리를 만들어 남대문시장에 납품하는 C사. 법대로라면 이 회사의 직원들은 산재보험과 고용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그러나 단 한푼이 아쉬운 직원들은 사업주가 내야 할 보험료를 자신들의 월급에 얹어줄 것을 요청했고 돈에 쪼들리는 사업주도 이에 합의, 아무도 보험에 들어 있지 않다.

형식상 C사는 1인 사업장이기 때문이다.

C사의 경우는 시간제나 임시직 또는 가족을 종업원으로 두고 있는 영세 제조업체.음식점 등 대부분 소규모 사업장에서 벌어지는 일반적인 관행으로 굳어 있다.

경기불황 탓에 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영세업체들의 근로자들과 사업주들에게 실직하거나 업무상 재해를 당할 경우 의지할 수 있는 실업급여와 산재보상은 여전히 '그림의 떡' 일 뿐이다.

15일 노동부에 따르면 3월말 현재 전체 취업자 2천만명 가운데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의 적용 대상 근로자는 각각 8백34만명 (42%) 과 7백58만명 (38%)에 그치고 있다.

전체 취업자의 절반 이상이 제1차 사회안전망으로 꼽히는 고용.산재보험의 보호망에서 소외된 사각지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고용보험의 경우 실제 피보험자는 5백65만명으로 총취업자 대비 28%에 불과하다.

산재보험도 경기의 영향을 타는 건설업체 등에서 휴.폐업이 잦아 수혜자는 더 줄어든다.

현재 고용보험은 단기 임시직 등 불안정 취업계층은 물론 구멍가게 등 자영업자와 그 가족 종사자 등을 적용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산재보험은 5인 미만의 영세사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보호하지 않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총취업자중 영세 자영업자와 가족 종사자 7백38만명은 사각지대로 남게 된다.

고용.산재보험에서 벗어난 단기 일용근로자 등까지 합치면 대략 1천만명 정도가 보호권 밖에 있다.

이들 보험이 소득 상실의 위험이 적은 안정계층과 그 반대에 있는 취약계층 사이의 양극화를 조장하는 셈이다.

이처럼 보험 본래의 취지가 퇴색한 것은 행정편의주의에 따라 보험이 발전돼왔기 때문이다.

제도의 보호가 어느 계층에 더 절실한가를 고려하기보다는 재원 마련과 적용의 용이함이 우선된 결과였다.

◇ 대안 = 선진국처럼 모든 근로자에게로 적용을 확대하고, 보험재정 일부를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강남대 김진수 교수는 "특히 산재보험은 자영자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에 확대되어야 한다" 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현재 일부 관리운용비만을 대고 있다.

올해 실업대책비용에 16조원을 쏟아붓고 있지만 정작 실업예방 차원에서 이들 보험 자체를 지원하는 데는 단 한푼도 투입하지 않고 있다.

원광대 이광찬 (李光粲) 교수는 "현재 우리의 재정조달 방식은 노.사 부담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며 "미국.일본 등 선진국처럼 국가가 보험재정 일부를 부담함으로써 사각지대를 최소화해야 한다" 고 지적했다.

특별취재팀

사회부 = 김일.김기평.박태균.오대영.고대훈.정제원 기자

경제부 = 손병수.김동호 기자

정치부 = 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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