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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 특파원 주유엔 유고대사 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3주째로 접어든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 의 공습이 날로 격화되면서 블라디슬라프 오바노비치 유엔주재 유고연방 대사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유엔 외교가를 무대로 나토 공습의 부당성과 유고의 '억울한 피해상' 을 역설하기에 하루 해가 짧다.

'잘못은 반성하지 않고 언론 플레이에만 주력한다는 인상을 줄 우려가 있어' 그동안 언론 인터뷰에 일절 응하지 않았다는 그를 어렵게 설득, 13일 유고 대표부에서 만났다.

- 나토의 공습은 전적으로 협상 테이블을 외면한 유고의 책임이라는 지적이 많다.

"많은 부분이 왜곡됐다. 공습의 명분이 알바니아계 양민의 대량 학살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돼 있는데, 실상은 결코 그렇지 않다. '양민 학살' 은 코소보해방군 (KLA) 소탕작전중 벌어진 불상사였지 의도적인 것은 아니었다.

희생자 수도 1백여명이 아닌 22명이다. 협상이란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양자 혹은 다자간 합의를 도출해내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그들은 일방적 협상안을 들고 나와 우리에게 서명할 것만을 종용해왔다. "

- 유고가 나토 평화유지군 주둔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자 나토측은 다국적 국제평화군 주둔으로 카드를 바꿔 제시했다.

이마저 거부한 이유는.

"둘 다 이름만 다를 뿐 주권침해라는 점에서는 마찬가지다.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대통령 뿐 아니라 세르비아인 모두가 외국군의 주둔을 명백한 주권상실로 보고 있다. 코소보는 세르비아 최대의 융성기인 슈테판 두산 왕조의 유적지가 있는 성지여서 신성한 지역에 외국군 주둔을 허용할 수 없다는 것도 한 이유다. "

- 유고가 이번 사태를 유엔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적다는 지적이 있다. 유엔에서의 지지기반이 약하기 때문은 아닌가.

"절대 그렇지 않다. 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신상발언을 통해 공습의 부당함을 수차례 지적했고, 그때마다 많은 회원국들이 열렬히 지지했다.

다만 미국이 주도하는 공습이기 때문에 회원국들이 제 목소리를 다 못내고 이런저런 눈치를 보는 것 같다. 미국과 나토는 안보리가 공습을 승인하지 않을 것 같자 나토를 동원해 공습을 감행했다.

유엔을 통한 문제해결의 의지가 없는 것은 그쪽이다. "

- 현재까지 유고내 피해상황은.

"12일까지 민간인 피해가 사망 4백여명, 부상 5천여명에 이른다. 대다수 산업시설과 주요 군사시설도 파괴됐고, 유적지도 엉망으로 훼손됐다.

무고한 시민들이 공습으로 희생되는 것은 심각한 인권피해가 아닌지 이 기회에 미국에 묻고 싶다. "

- 13일 유고군이 알바니아 국경을 넘어 알바니아 국경수비대와 교전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유고측의 '계획적인 도발' 이 아닌가.

"조금전 이와 관련, 본국으로부터 훈령을 받았다. 세르비아군이 KLA 소탕을 위해 알바니아 접경지대에서 활동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알바니아 국경수비대와의 교전은 없었다. 이를 두고 계획된 도발이니, 발칸 전역으로의 전쟁확산이니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전쟁이 장기화된다고 해서 유고연방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

- 이번 사태와 관련, 한국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본국 일간지인 폴리티카에 중앙일보 국제부 기자의 E메일이 실렸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유고에 대한 높은 관심에 공직자로서는 물론 유고의 한 시민으로서 고맙게 생각한다. 이번 사태를 한쪽에 치우치지 말고 균형있는 시각으로 봐달라. 미국만이 정의는 아니다. "

뉴욕 = 신중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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