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민 '신바람 안방마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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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팀 방어율 2.67.

프로야구 LG가 최근 일곱경기에서 보여준 성적이다. 이전까지 팀 방어율이 4.37이었으니 놀라운 선전이다. 이렇게 갑자기 탄탄해진 마운드를 밑천으로 LG는 시즌 최다인 6연승(1무승부)을 달리고 있다. 오랜만에 특유의 '신바람 야구'를 맛보고 있는 것이다.

LG 마운드가 든든해진 건 김정민(34) 덕분이다. 이순철 LG 감독은 이달 초부터 주전 조인성 대신 김정민을 선발 포수로 출장시키기 시작했다.

조인성은 지난달 있었던 올스타 인기투표에서 1위를 차지했던 '왕별'. 반면 김정민은 이번 시즌에 주로 대타로 활약해온 '노장'이었다. 타격에서도 타율이 2할대 초반으로 2할대 중.후반을 기록 중인 조인성에 비해 처지는 선수. 그러나 이 감독은 김정민의 노련함을 믿고 승부수를 띄웠다.

김정민은 모처럼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볼카운트 2-0에서도 유인구 없이 곧장 승부를 거는 공격적인 투수 리드로 마운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조인성의 리드에 익숙해져 있던 다른 팀 타자들은 흔들렸다.

지난 6연승은 모두 '야전 사령관' 김정민의 볼 배합이 낳은 결과. 마운드가 안정되자 공격력도 살아났다. 이병규.김재현.알 마틴 등 '공포의 왼손 라인'이 이름값을 하며 팀 타율도 0.260에서 0.281로 뛰었다. 덩달아 김정민도 이달 들어선 25타수 7안타(타율 0.280)를 쳐냈다.

팀 부활의 1등공신인 김정민은 팀 내 최고참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간 빛을 본 적은 별로 없다. 1993년 입단한 뒤 줄곧 김동수(현대)의 그늘에 가려 있었고, 그가 떠나고 주전 자리를 꿰찰 만하자 98년 들어온 조인성이 어느새 걸출한 포수로 자라 있었다.

결국 2000년 102경기에 나온 것이 11년 프로생활 중 최다 출장 기록이다. 그러나 마스크를 쓰지 못해도 그의 마음은 늘 홈플레이트 뒤에 있었다. 다른 팀 타자들 연구하기를 게을리하지 않은 것. 이런 노력은 이순철 감독을 만나 드디어 결실을 본 셈이다. "팀이 부진할 때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답답했는데 연승을 이끌게 돼 기쁘다"고 말하는 김정민. 그러나 그는 맏형답게 "주전 욕심은 없다. (조)인성이에게도 '곧 다시 뛰어야 하니 쉬되 긴장은 늦추지 말고 있어라'고 충고한다"고 말했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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