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기 왕위전] 조훈현-이세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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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목숨 끊어놓자" 曺9단의 大馬 목조르기

제6보 (115~140) =중국에선 창하오 (常昊) 8단과 마샤오춘 (馬曉春) 9단의 싸움이 한창이다. 힘과 기예가 꽉 차오른 20대와 30대의 치열한 1인자 다툼에서 왕성하게 일어서는 중국 바둑의 느낌이 피부에 닿아 온다.

일본은 조치훈9단 일인치하에서 도전자들 또한 고바야시 고이치 (小林光一) 9단이나 왕리청 (王立誠) 9단 등 40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런 와중에 이번 본인방전에서 한국에서 건너간 조선진 (29) 9단이 도전권을 얻은 것은 매우 신선하다.

조치훈의 장기 집권도 바둑의 인기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라고 생각하던 차에 도전자마저 한국인이니 팬들의 차가운 시선에 등골이 오싹해진다는 하소연이 이해가 간다.

서울은 제2의 이창호를 꿈꾸는 수많은 소년 고수들 때문에 고단자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소년들이 이창호를 향해 가는 길목에는 언제나 조훈현9단이 버티고 있다.

반드시 통과해야 할 관문인데 조훈현이란 수문장은 여전히 막강해 젖먹던 힘을 다내도 10번중 9번은 지고 만다. 예전엔 백전백패였는데 요즘엔 그래도 가끔은 한번씩 판맛을 본다.

이판에서도 이세돌은 사력을 다하고 있지만 曺9단의 묘수를 몇번 당한 뒤 고전을 거듭하고 있다. 116, 118로 한점 때려내자 흑의 마지막 희망이던 백들마저 사정권을 벗어났다.

상황이 글렀다고 느낀 이세돌은 중앙의 대마를 버려둔 채 121에 다가선다.

이를 악물고 집을 벌어놓고 중앙은 안되면 옥쇄하겠다는 배짱인 것이다.

바둑이 유리해지면 마음도 관대해지는 게 보통이다. 조훈현이란 사람은 그러나 아무리 유리해도 칼을 거두는 법이 없다. 그 때문에 때때로 역전패당하지만 이 철칙을 바꾸지 않는다. 과연 그는 124로 습격해 140까지 대마의 목을 사납게 조르기 시작했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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