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95년에도 美핵기술 빼냈다'… 정상회담에 찬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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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중국이 클린턴 대통령 집권시인 지난 95년에도 미국으로부터 핵탄두기술을 훔쳤다는 2차폭로가 나왔다.

뉴욕타임스지는 8일 중국에 의한 미국의 소형 핵탄두 기술유출이 80년대 중반에 이어 95년에도 발생했다고 폭로했다.

이같은 폭로는 주룽지 (朱鎔基) 중국총리의 미국방문중에 터져나와 양국간에 뜨거운 이슈로 비화될 전망이다.

특히 그동안 이 사건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해 온 클린턴 행정부도 '은폐의혹' 에 휩싸일 것으로 전망돼 미 정가에서도 논쟁을 촉발할 것으로 보인다.

◇ 2차 폭로 = 뉴욕타임스지에 따르면 중국은 88년 초소형 핵탄두 실험을 실시했으나 고방사능 유출로 연구원들이 사망하고 정작 파괴돼야 할 건물은 그대로 남는 등 완전 실패였다는 것. 그러나 95년 미국으로부터 W - 88핵탄두 기술을 빼내 마침내 소형 핵탄두 개발에 성공했다고 이 신문은 폭로했다.

중국 정보당국은 당시 미국의 W - 88 핵탄두 비밀 절취에 성공하자 이를 매우 자랑스럽게 여겼던 것으로 전해진다.

클린턴 행정부는 그동안 중국의 핵기술 유출은 공화당이 집권하던 80년대 중반에 벌어진 일이며, 자신의 집권기간 중에는 발생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그러나 이 신문은 샌디버거 백악관안보보좌관이 이러한 사실을 96년 4월 보고받고도 97년 7월에 가서야 클린턴 대통령에게 늑장 보고했다고 보도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또 보고를 받은 즉시 대응책을 강구했다고 주장해 왔으나 핵기술 관련 연구소에 기술유출 대비 강화를 지시한 것은 98년 2월이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중국이 로렌스 리버모어 연구소에서 핵탄두 기술을 장기간에 걸쳐 빼내갔을 가능성이 크다며 미 정부의 핵무기에 대한 보안이 취약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연방수사국 (FBI).중앙정보국 (CIA).에너지관리부 등은 W - 88 핵탄두 기술 유출에 대한 조사를 하고 있으나 범죄혐의를 입증할 만한 용의자는 찾아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 경과 = 미국과 중국은 지난달 6일 뉴욕타임스지의 중국과학자에 의한 미 핵기술 유출의혹 폭로를 둘러싸고 격한 공방전을 벌이며 험한 관계를 연출했었다.

미국은 언론보도 직후 중국의 미국 안보위협론을 내세우며 중국계 핵과학자 이원허 (李文和.59) 를 로스앨러모스 미 국립연구소에서 즉각 해임했다.

미 상원은 80년대 미 핵기술에 대한 중국의 스파이행위를 조사하기 위해 청문회를 개최했으며, 공화당의 2000년 대선후보인 제시 헬름스 상원의원은 중국과의 통상정책 재정립을 강하게 요구하기도 했다.

클린턴 행정부는 공화당의 정치공세가 계속되자 중국과의 과학.군사기술 교류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존 록하트 백악관 대변인도 "중국 핵기술 유출사건을 朱총리의 방미때 주요 의제로 다루겠다" 는 방침을 피력했었다.

중국도 이를 '미국 보수진영의 중국때리기' 라며 맞섰다.

朱총리는 "미 언론의 보도는 전혀 근거없는 것이며 양국관계를 이간시키려는 불순한 음모" 라고 비판했다.

리자오청 (李肇成) 주미 중국대사도 자국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중국과학기술을 무시하는 처사" 라며 강력히 반발하며 "중국 과학자들로부터 강한 대응을 요구받고 있다" 며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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