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금강산댐 무너지면? … 평화의 댐, 평소 비워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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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기습적인 댐 방류로 임진강에서 실종됐던 6명이 모두 숨진 채 발견되면서 북한 금강산댐(임남댐)에 대응하기 위해 만든 평화의 댐에 대한 관심이 다시 커지고 있다.

평화의 댐 건설은 전두환 정부 당시인 1986년 10월 이규효 당시 건설부(현 국토해양부) 장관이 “북한이 200억t 저수량의 금강산댐을 짓고 있으며, 댐이 무너지면 서울 여의도 63빌딩의 중턱까지 물이 찰 수 있다”고 발표하며 막이 올랐다. 온 나라가 발칵 뒤집어졌고, 대응 댐을 짓기 위한 639억원의 국민 성금이 걷혔다. 이듬해 2월 공사가 시작돼 89년 높이 80m, 저수량 5억9000만t의 평화의 댐이 세워졌다.

하지만 93년 김영삼 정부가 출범한 뒤 전두환 정부가 북한의 ‘물 공격’ 위협을 지나치게 부풀렸다는 감사원 특별감사 결과가 나왔다. 실제로 임남댐의 총 저수량은 26억2400만t으로 당초 정부 발표의 8분의 1 수준이다. ‘성금 도둑’이란 말이 나왔던 이유다.

그러나 2002년 초 위성사진을 통해 임남댐이 부실공사로 붕괴 위험이 있다는 징후가 발견되면서 얘기가 또 달라졌다. 김대중 정부는 황급히 평화의 댐 보강에 나선 데 이어 같은 해 9월 댐 높이를 125m로 45m 높이고, 저수량도 기존의 4.5배인 26억3000만t으로 늘리는 2단계 공사를 시작했다. 이 공사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 끝났다.

평화의 댐은 평소엔 물을 채우지 않고 대부분의 공간을 비워 둔다. 평화의 댐 상류 36㎞ 지점에 있는 북한 임남댐의 붕괴나 폭우로 큰물이 쏟아질 때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한국수자원공사 이윤호 평화의 댐 관리소장은 “직경 10m, 길이 1㎞의 배수구 4곳을 통해 항상 물이 빠져나가는 구조”라며 “초당 최대 8300t까지 방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평화의 댐을 거친 물은 화천댐에 저장된다. 정부와 수자원공사는 임남댐 붕괴 등 최악의 상황에도 대응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임진강의 경우 내년 6월 군남홍수조절지 댐이 완공되면 북한의 예기치 않은 방류나 수공을 막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탄강에는 북한 쪽에 댐은 없으나 홍수 방지를 위해 2012년 완공 목표로 한탄강댐을 만들고 있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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