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 등 9개 그룹 구조조정 중 … 한국도 산업지도 재편 불가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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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전까지만 해도 대우건설·대한통운 등을 인수하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금융위기 후 자금난에 시달리다 6월엔 대우건설을 매각한다고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2006년 6월 자산관리공사로부터 대우건설을 인수한 지 3년 만이다. 금호아시아나는 또 자금난 완화를 위해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지분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사모펀드 코아에프지를 선정하기도 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박삼구 그룹 회장과 동생 박찬구 회장이 갈등을 빚어 동반 퇴진하면서 자랑스러운 형제 경영의 전통마저 25년 만에 막을 내리기도 했다.

금융위기는 이처럼 국내 기업에 깊은 상처를 남기기도 했다. 자금난에 시달린 기업은 계열사 매각 등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해야 했다. 채권 금융단은 5월 45개 대기업 그룹(주채무계열)의 재무구조를 평가해 부실 우려가 있는 9개 그룹과 재무개선약정(MOU)을 하고 이들 기업의 구조조정을 강력 유도했다. 금호아시아나·동부·동양·애경·하이닉스반도체·대한전선·유진·대주·GM대우 9개 그룹은 이 약정에 따라 계열사 매각 등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채권단은 또 이달 중순에 대기업 그룹을 중간평가해 서너 개 그룹과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할 계획이다.

두산그룹은 6월 ㈜두산과 두산인프라코어가 보유한 세 계열사의 지분과 한국우주항공산업(KAI)의 지분 전량을 새로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에 매각하기로 했다. 매각 대상은 방위산업체인 두산DST와 버거킹 등 가맹점을 운용하는 SRS코리아, 병마개 제조업체인 삼화왕관 등 계열사 3곳과 두산인프라코어가 보유한 KAI 지분(20.5%)이다.

익명을 원한 두산 관계자는 “선제적으로 구조조정을 마무리해 핵심 사업에 경영역량을 집중하고 경기회복기에 대비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계열사를 팔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인수합병(M&A)으로 인한 후유증으로 자금난을 겪은 대한전선도 자금을 확보하려고 사옥과 계열사를 매각하기도 했다.

금융위기에서 점차 벗어나면서 M&A 시장도 활기를 되찾을 전망이다. 대우건설·대우조선해양·현대건설·하이닉스 등 ‘대형 매물’이 즐비하다. 이들을 삼키는 기업은 업계의 판도에 변화를 몰고 와 산업지도를 다시금 바꿀 것이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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