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알바니아 주민이 비디오로 100여명 학살장면 촬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나토군의 공습이후 소문과 주장으로만 나돌던 코소보내 알바니아계 주민들에 대한 학살이 비디오를 통해 처음으로 확인돼 국제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영국 BBC 방송은 코소보 남부 크루사에서 벌어진 알바니아계 남자주민들의 대량 학살장면이 담긴 비디오 테이프를 입수, 일부 끔찍한 장면을 삭제하는 등 재편집해 3일 뉴스시간에 방영했다.

BBC는 이 테이프를 당시 현장을 촬영한 알바니아계 주민 밀라인 벨라니차로부터 입수했다고 소개했다.

BBC 웹사이트 (http://news.bbc.co.uk)에 비디오 파일로 제공된 방송장면에는 머리에 피를 뒤집어쓰거나 불탄 채 숨져 있는 남자시신 등 학살의 생생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어떤 남자는 관자놀이에 총을 맞고 쓰러졌고, 특히 학살후 불에 태워진 남자도 있었다.

결혼식 비디오 촬영업을 하는 벨라니차는 마스크를 쓰거나 제복을 입은 세르비아계 군.경이 마을 포위후 1백명 이상의 젊은 남자들을 살해하는 장면을 목격했으며 세르비아계가 물러간 다음날 이 장면을 비디오로 촬영했다고 밝혔다.

그는 "일단의 세르비아계 군.경이 언덕위에 서서 망보는 가운데 또다른 군.경이 알바니아계 주민들 뒤로 다가가 이들을 체포한뒤 한명씩 차례로 살해했다" 고 말했다. 그는 다음날 자신이 발견한 시신들은 모두 머리 뒷부분에 총을 맞고 숨져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 장면 촬영뒤 벨라니차는 알바니아로 피난했으며 7일간 촬영사실을 숨기고 지내다 BBC 기자를 만나 이 테이프를 제공했다.

그는 자신의 학창시절 급우를 비롯, 살해된 사람 중 26명의 이름을 대기도 했다고 BBC는 전했다.

그는 BBC 기자에게 "나는 나의 아들과 손자, 그리고 그 다음 세대가 세르비아인들이 알바니아계 주민들에 대해 무엇을 했는지 결코 잊지않게 하기 위해 이 비디오를 제공한다" 고 말했다.

채인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