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반쪽 정상화'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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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회가 우여곡절 끝에 정면대결.파행의 위기를 가까스로 모면했다.

여당 단독 본회의 소집 방침에 반발, 본회의 불참을 공언했던 한나라당이 2일 여야 총무회담 재개에 합의하면서 등원키로 방침을 선회, 대화의 숨통이 트인 것이다.

하지만 서상목 (徐相穆) 의원 체포동의안.정부조직개편안 처리문제 등 현안에 대한 여야의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어 정상화를 점치기는 이르다.

야당의 무책임, 여당의 독선.독주 등에 대한 여론의 질타가 이들의 궤도이탈을 막는 유일의 방패막이인 상태다.

◇ 본회의 = 한나라당이 의장주선 아래 3당 총무회담을 갖는다는 조건으로 본회의에 참석,가까스로 '반쪽 국회' 는 면했다.

그러나 3.30 재.보선을 불법선거로 규정한 한나라당은 재.보선 당선자인 한광옥 (韓光玉.구로을).김의재 (金義在.경기 시흥) 의원의 의원선서 때는 전원 불참했다.

韓의원은 "야당의원이 불참해 흡족한 인사말이 나오지 않는다" 는 인사말을 해야 했다.

◇ 운영위 = 여야 총무단의 책임공방이 거칠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총무간 의사일정 합의 없이 여당이 일방적으로 본회의를 소집한 책임을 추궁하며 한화갑 (韓和甲) 위원장을 몰아붙였다.

백승홍 (白承弘) 의원은 "우리당도 추경안 등 민생문제엔 적극 협력한다는 방침인데도 두 여당이 우리 총무를 제쳐놓고 일방적으로 의사일정을 통보한 것은 야당을 무시하는 처사" 라고 힐난했다.

이규택 (李揆澤) 의원은 "오늘 같은 사태를 가져온 국회의장이 직권남용과 변칙운용 태도에 대해 먼저 사과부터 하라" 고 으름장을 놓았다.

또 "박준규 (朴浚圭) 의장은 면담을 위해 의장실로 간 야당 의원들에게 '너희들' 운운하며 망언을 했다" 면서 "국회의장이 옥황상제나 염라대왕이라도 되느냐" 고 흥분. 야당의 파상공세에 韓위원장은 "오늘 본회의는 의장이 직권으로 상정한 것" "절차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 며 물러서지 않았다.

◇ 여야 대화재개 = 총무회담이 다시 열리기까지는 곡절이 많았다.

한나라당 이부영 (李富榮) 총무와 부총무단은 이날 오전 본회의를 직권 소집한 朴의장을 항의방문, 마침 의장실을 나서려던 朴의장과 한바탕 몸싸움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朴의장은 "의장실이 집단시위장이냐" "이부영 총무는 핫바지냐. 혼자 오면 되지 왜 이렇게 몰려왔느냐" "도대체 사진쟁이 (기자) 들은 뭘 하느냐" 며 호통을 치기도 했다.

어렵게 시작된 李총무와 朴의장의 담판에서 李총무는 "총무회담이 열리면 추경예산안에 대한 정부측 시정연설을 들을 용의가 있다" 고 제안했고, 朴의장이 두 여당 총무를 간신히 설득해 본회의 산회 직후 총무회담 자리가 마련됐다.

지난달 13일 이부영 총무의 이른바 'DJ암' 발언으로 대화가 단절됐던 여야 총무가 20여일 만에 대좌하게 된 것. 다시 만나긴 했지만 두 총무는 악수조차 나누지 않은 채 시종 굳은 표정으로 회담에 임하는 등 냉랭한 기운은 여전했다.

이에 앞서 한나라당 이규택 의원은 기자회견을 갖고 "대화정치 실종 원인을 우리당에 뒤집어 씌우는 국민회의의 몰염치한 작태에 분노를 금치 못한다" 며 "여당의 '뗑깡정치' 의 표본" 이라고 비난했다.

이정민.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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