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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러시아 긴장 고조… 러 흑해함대 지중해 들어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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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모스크바 = 김석환 특파원] 나토의 유고공습에 러시아가 흑해함대의 지중해 파견과 전군 (全軍) 비상대기로 맞서 미국을 중심으로 한 나토와 러시아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고르 세르게예프 러시아 국방장관은 지난달 31일 정보수집함 1척의 지중해 파견과 6척의 작전함 투입계획을 밝혔으며 이들 7척의 군함들은 2일 새벽 흑해와 지중해를 연결하는 보스포루스 해협을 넘어 지중해로 들어선 것으로 확인됐다.

작전함 7척이 지중해에 완전무장한 채 대기하는 장면은 냉전종식후 처음 있는 상황이다.

러시아 국방부는 또 지난달 29일 전군에 비상대기 태세를 발령했으며, 북쪽 바렌츠 해에 위치한 북해 함대는 연해주의 극동함대에 이어 1일 대규모 기동훈련에 들어갔다.

특히 이날 바렌츠 해에서는 미국의 원자력 잠수함 1척이 훈련 중인 북해 함대에 발견돼 추적당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긴장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러시아는 군함의 추가 파견도 검토하고 있다.보리스 옐친 대통령은 1일 이같은 뜻을 밝혔으며 옐친의 승인이 떨어지면 즉각 군함 투입이 이뤄질 것이라고 러시아 관리들이 밝혔다.

이고르 이바노프 외무장관은 1일 "이번 흑해 함대 파견은 러시아의 안보를 지키고 유고에서 발생하고 있는 사태에 대한 인식을 스스로 명확히 하기 위한 것" 이라고 말했다.

물론 러시아의 외교가 군사 소식통들도 "나토군에 대한 정보수집이 1차 목적인 것 같다" 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의 이번 군사적 움직임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특히 각종 첨단무기로 장착된 러 해군의 차세대 주력함인 '표트르 대제' 호가 포함될 것이란 정보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대목이다.

러시아가 함대의 추가파견을 결정, 지중해와 아드리아해에 나토와 러시아의 수많은 함대가 대치하고 있을 경우 충돌의 불상사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미국은 이에 대해 상당히 당혹해 하는 분위기다.

클린턴 행정부는 러시아의 행동이 당장의 군사개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과 나토의 유고공습을 견제하려는 일종의 무력시위라 판단하고 대응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제임스 루빈 미 국무부 대변인은 "우리는 러시아의 대규모 함대 파견이 유고연방과 이 지역의 다른 국가들에 보낼 신호를 우려하고 있다" 면서 모스크바의 결정이 몰고올 파급효과를 우려했다.

미국의 가장 큰 걱정은 밀로셰비치 유고연방 대통령이 러시아의 이번 조치를 자신에 대한 군사적 지지로 간주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러시아의 움직임에 자극받아 발칸전쟁의 확산을 우려, 나토 진영의 단합이 무너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미국 워싱턴 정가에서는 이를 두고 "미국이 코소보사태와 관련, 유고와 전통적으로 특수관계에 있는 러시아의 입장을 너무 깔아뭉개다 '신냉전시대' 로 회귀할 지도 모른다" 는 관측까지 대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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