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발칸] 공습 '불똥'에 헝가리.알바니아 '골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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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 의 유고공습으로 유고 주변국들은 피곤하다.

민족.교역관계 등으로 유고와 이래저래 얽혀 있는 데다 유고군에 쫓겨 국경을 넘어오는 코소보 난민들의 수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헝가리는 국경을 맞댄 유고 북부 보이보디나주에 살고 있는 50만명의 헝가리계 주민에게 공습의 불똥이 튈까봐 걱정이 태산같다.

이미 헝가리계 주민이 많은 국경도시 수보티차에 공습 첫날부터 폭탄이 떨어졌다.

게다가 유고가 헝가리계의 분리 움직임을 사전 차단하기 위해 탄압을 가할 가능성도 있어 걱정이 태산같다.

헝가리의 야노스 마트로닐 외무장관은 공습 직후인 지난달 24일 유고에 "긴장상황을 보이보디나주로 확대하지 말아달라" 고 요구했다.

최근 나토에 가입한 헝가리는 나토의 보스니아 평화유지활동을 위한 보급기지를 제공하면서도 유고 공습에는 어정쩡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코소보주와 경계를 맞댄 마케도니아는 비상사태를 맞고 있다.

이 나라 인구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알바니아계가 나토의 코소보 알바니아계 지원에 고무돼 분리독립을 요구할 가능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드르 디미트로프 외무장관은 29일 독일을 방문, 요슈카 피셔 독일 외무장관에게 "빨리 나토에 가입하게 도와달라" 고 부탁했다.

서방의 안보우산 속에 숨겠다는 것이다.

동족인 코소보 알바니아계의 수난을 바라보는 알바니아는 착잡하다.

하지만 오랜 쇄국정책에다 3년 전 남북 주민간의 내전까지 치르면서 경제가 완전히 붕괴해 도와줄 힘이 전혀 없다.

내전 당시 흘러나온 무기를 계속 코소보 알바니아계에 파는 정도다.

지금으로서는 밀려들어온 10만명의 난민에게 식량과 잠자리를 제공하기에도 힘이 부칠 정도다.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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