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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교사들이 흔들리고 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교육의 주체는 교사다.

21세기를 대비하는 교육개혁의 주체도 교사다.

정부나 학부모가 지원하고 동참할 수는 있지만 학교현장을 이끄는 핵심주체는 교사다.

그런데 이들 교사가 요즘 흔들리고 있다.

교사가 흔들리면 학교가 흔들리고 교육이 위태로워진다.

결코 방치할 수 없는 동요현상이 지금 학교현장에서 일고 있다.

교사동요는 교원 정년단축에서 시작됐다.

교원 정년단축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으나 너무 민감한 사안을 빨리 추진하다 보니 교직사회 내부의 갈등과 불만이 차올랐다.

대량 명예퇴직과 새 교사 충원으로 교직사회는 아직도 갈등과 혼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와중에 2002년 무시험대입전형이 발표되고 새 학교문화 창조라는 개혁기치가 오르면서 교사들은 무얼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 모를 또다른 혼란에 빠지고 있다.

개혁목표는 좋지만 막상 학생을 일상적으로 가르쳐야 할 교사들은 무얼 어떻게 가르칠지 당혹스러울 뿐이다.

학생들의 활동상황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작성해야 할지 기준도 없고 모델도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

개혁과 현실 속에서 손을 놓고 기다릴 뿐이다.

이런 혼란상태에서 또다른 회오리바람이 서서히 불고 있다.

교원노조가 합법화되고 교원단체 복수화가 7월부터 가능해지면서 치열한 세 (勢) 불리기와 단체난립이 예고되고 있다.

이미 한국교총과 전교조가 세력확장 경쟁에 들어갔다.

교총은 기존회원 관리와 생존전략에 부심하면서 지역별 조직점검과 초.중등교사연합회의 직능별 조직구성에 들어갔다.

전교조는 위원장.지부장 선거를 치르면서 회원 숫자를 늘리고 강성 이미지를 바꾸는 데 주력하면서 7월 전 10만명 회원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여기에 한국노총 산하의 한국교원노조 (한교조)가 전교조와의 차별성을 강조하면서 5월 출범을 서두르고 있다.

작게는 교총.전교조.한교조의 대립이고 크게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간의 세력다툼으로 번질지도 모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내년부터 퇴직자 연금수령액이 크게 줄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초등교사의 명퇴신청이 갑작스레 늘고 있다.

교육개혁의 당면과제를 눈앞에 두고 교사들이 손을 놓은 채 교직단체와 노조의 세력확장에 휩쓸린다면 교육은 어디로 갈 것인가.

교사들이 확인되지 않은 소문에 휘말려 다투어 교사직을 버린다면 교사에 대한 신뢰는 어찌 될 것인가.

교단을 버려둔 채 교사들이 소속집단의 세력확장에 골몰한다면 그런 단체나 노조는 국민들의 지지를 결코 받을 수 없을 것이다.

정부는 개혁의 구호만 외칠 때가 아니다.

차분히 교육현장을 점검하고 개혁에 따른 갈등과 혼란을 가라앉히는 노력을 해야 한다.

교육이 국운을 결정짓는다는 21세기를 눈앞에 두고 교육주체들인 교사들이 이렇게 흔들리고 있는 현실을 결코 가볍게 보아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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