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발칸] 추락 스텔스기 조종사 구출작전 6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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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적의 레이더에 잡히지 않아 야간공습의 대명사로 불리는 미 F - 117A 스텔스 나이트호크기 (機)가 유고공습 중 유고군에 피격돼 미군측에 충격을 던져줬다.

그러나 조종사는 피격 직후 탈출에 성공했고 미군 특수부대에 의해 극적으로 구조됐다.

베이컨 미 국무부대변인은 피격.구조경위에 대해 "앞으로도 계속 조종사들을 구조해야 할 경우가 발생할 것이어서 구조기법에 대해 상세히 밝힐 수 없다" 고 밝히기를 거부했다.

다음은 외신을 종합한 내용.

◇ 피격 = 나토의 넷째날 공습이 막 시작된 27일 오후 8시15분 (현지시간) 유고연방의 수도 베오그라드 서쪽 하늘. 1시간여 전 나토사령부의 2단계 공습명령을 받고 이탈리아 북부 아비아노 공군기지를 떠나 마케도니아쪽 국경을 넘어 유고연방 깊숙이 들어선 1인승 F - 117A기 한대가 유고의 군사기지 폭격을 위해 저공비행을 시도했다.

굉음을 토하며 무섭게 날아가던 부메랑 모양의 이 전폭기는 갑자기 "쾅" 소리를 내며 오렌지 섬광을 내뿜더니 검은 연기와 함께 추락하기 시작했다.

유고군이 쏘아올린 미사일에 요격당한 것이다.

외신들은 SA - 6 대공미사일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중심을 잃고 낙엽마냥 떨어지던 스텔스기는 베오그라드 북서쪽 45㎞ 지점의 마을 부드야노비치 인근에 곤두박질쳤다.

"콰광" 하는 폭발음이 사방에 진동했고 불길이 치솟았다.

미군은 큰 충격을 받았다.

F - 117A는 지난 이라크 공습 때도 이라크의 레이더에 감지되지 않은 채 악천후 속에서도 공습을 완벽하게 수행해 이라크군의 공포의 대상이 됐던 비행기였기 때문이다.

세르비아 텔레비전은 이날 밤 산산이 부서져 불타오르는 F - 117A기의 모습을 생생히 내보냈다.

검게 그을리고 부서진 날개 끝에 미 공군의 상징인 '별' 모습이 확연했다.

F - 117A 스텔스기는 미국 뉴멕시코주 홀로먼 공군기지에 모두 54대가 배치돼 있었으며 이중 수십대가 이번 유고공습에 대비, 이탈리아 아비아노 공군기지로 이동해 있다.

◇ 구조 = 피격 순간 조종사는 무선으로 긴급 구조요청을 보낸 뒤 급히 탈출장치를 가동했다.

불타오르는 전투기 밖으로 퉁겨져 나온 그는 어두운 허공에서 낙하산을 펴고 산악지대에 무사히 내렸다.

구조요청을 접수한 나토사령부는 미 특공조로 편성된 구조대를 급파했다.

구조대를 태운 헬기 수대는 어둠이 깔려 칠흑같은 추락현장 부근으로 출동했다.

구조대원들은 수색 6시간만에 부상한 조종사를 발견했다.

어둠속에서도 환하게 사물을 식별할 수 있는 야시경 등 특수장비와 조종사의 몸에 부착된 전파발신장치를 이용한 '나름의 개가' 였다.

이들은 조종사의 응급치료를 끝낸 뒤 바로 출발준비를 하고 있던 구조헬리콥터에 올라타고 유고 영토를 벗어나 유럽내 기지로 귀환했다.

미 국방부의 한 관리는 "조종사가 현재 부상치료를 받고 있으며 상태는 양호하다" 고 밝혔다.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우리 조종사가 성공적으로 구출됐다는 소식에 매우 기쁘다" 면서 "조종사와 구조작업에 참여한 요원들의 용기와 기술에 말할 수 없는 긍지를 느낀다" 고 치하했다.

그는 향후 나토작전은 계획대로 추진될 것임을 분명히했다.

미 국방부는 유고공습이 이라크전과는 달리 공습에 상당한 위험을 예상하고 제24해병연대 원정부대를 비롯, 상당수의 구조탐색대를 이번 전투에 파견중이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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