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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고용허가제, 철저한 후속대책 세워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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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1995년부터 도입이 논의돼왔던 외국인 고용허가제가 오늘 시행된다. 이 제도는 정부가 도입.관리를 맡아 국내인력을 구하지 못한 사업주가 외국인력을 합법적으로 고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저임금과 인권침해의 소지를 없애 국가이미지를 개선하고, 경기 변동에 따라 인력공급을 조절할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이다. 우리가 이 제도의 도입을 촉구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제도의 실행을 앞둔 여건은 낙관적이지 않다. 우선 고용허가제가 뿌리를 내리기에는 불법체류자의 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31일 관련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뒤 정부가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 한때는 13만8000명으로까지 줄어들었지만 지금은 17만2000명으로 늘어났다. 이렇게 불법 노동시장이 큰 규모로 존재하면 합법인력은 언제라도 더 좋은 조건을 찾아 불법취업을 선택할 수 있고, 결국 새 제도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불법체류자의 숫자를 줄이는 일은 이들을 고용한 영세중소기업 사업주들에게 엄포만 놓고 처벌은 하지 않는 온정주의적 단속으로는 한계가 있다. 사업주가 높은 숙련도로 공장을 지탱해온 장기불법체류자를 순순히 내보내고 숙련도가 낮은 합법인력을 받아들이기를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고용허가제 아래서 외국인력에 대해 산재보험 등 4대 사회보험까지 가입시켜야 하는 추가 부담도 간단치 않다.

그렇다고 전처럼 불법고용을 적당히 눈감아 준다면 고용허가제는 외국노동자의 숫자만 잔뜩 늘려놓게 된다. 현재 국내 외국인노동자는 42만명이 넘고, 여기에 올해 합법적으로 들어오는 7만9000명을 포함하면 50만명에 육박하게 된다. 이는 우리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한도인 40만명을 훨씬 넘어서는 규모다. 늦기 전에 법무.노동부와 경찰이 나서 고용질서를 어지럽히는 업주를 형사처벌하고 불이익을 주어야 할 것이다.

고용허가제가 송출비리와 저임금.인권침해 등으로 악명을 떨쳐온 산업연수생제도와 병행 실시되는 것도 문제다. 산업연수생제도를 폐지하고 고용허가제로 일원화해야 한다. 정부의 치밀한 후속대책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