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수 박사의 '9988234' 시크릿] ③내 몸 경영의 적들-머리 과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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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우의 신건강인센터
박민수 원장

신종플루에 대한 두려움이 불안을 넘어 패닉상태에 접어들었습니다. 제가 우려하는 것은 신종플루에 대한 걱정이 만연하면 만연할수록 신종플루는 더욱더 창궐할 것이라는 역설적인 진실입니다. 면역력의 가장 큰 적이 심리적 불안정이기 때문이지요. 불안하면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고 과잉으로 분비된 스트레스 호르몬은 면역시스템을 교란합니다.

분명한 사실은 신종플루에 대한 과도한 걱정으로 면역력을 허비하는 대신 일상의 생활에 집중하다보면 신종플루 역시 어느덧 지나간다는 것 입니다. 물론 당연히 지켜야 할 내 몸 경영 원칙은 있습니다.

과로하는 사람은 신종플루의 즉각적인 포획대상이 되기 쉬우므로 몸의 과로신호가 오면 즉시 휴식을 취하고 10%의 에너지는 비상자금으로 항상 남겨두어야 합니다.

과로한 사람은 1. 전에 비해 같은 일을 해도 능률이 떨어지거나 비슷한 성과를 내지 못하거나 2. 기억력이나 집중력의 장애를 호소하며 3. 잠을 많이 자도 개운하지 않으며 4. 특정질환은 없지만 여기저기가 아프고 5. 운동을 하고 나면 예전에 비해 부쩍 피로한 사람입니다. 과로신호와 같이 내 몸은 위기가 닥치기 전 반드시 신호를 보내도록 설계되어 있으므로 이때 내 몸의 적신호를 재빠르게 간파하는 현명함이 요구됩니다.

물론 술, 담배, 인터넷, 게임 등의 중독적 생활에 찌든 사람들은 이러한 신호를 놓치거나 무시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명심해야 합니다. 신종플루 예방에 있어 과학적으로 효과가 증명된 손씻기는 반드시 실천하여 바이러스의 총부하량을 떨어뜨려야 합니다.

신종플루에 대한 걱정이 떠오르면 ‘나는 신종플루가 두렵지 않아’ 내지는 ‘신종플루 따위’ 라는 주문을 거시고, 가능하다면 신종플루 단어는 아예 입에 담지도 않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걱정 다운사이징을 위해 생각 중지훈련을 하루에 15분 이상은 배치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러다보면 신종플루는 당신의 곁에 얼씬도 못하게 될 것입니다. 신종플루가 나를 어떻게 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행동과 면역력에 따라 신종플루에 걸리고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멕시코에서 시작된 신종플루가 전 세계로 퍼지게 된 데는 비행기나 배처럼 대륙간을 넘나드는 교통수단의 전지구화가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인류가 이룩해 낸 경제 발전은 빈곤으로 인한 건강상의 위협을 상당 부분 해결하였으며 의료기술의 발전은 질병을 발견하고 질병과 고통에 대항하는 인간의 능력을 지속적으로 향상시켜 왔습니다.

그러나 교통수단의 글로벌화가 바이러스를 전 세계로 퍼뜨리는 뜻하지 않은 결과를 낳은 것처럼 기술의 발전은 인류의 건강에 예상치 못한 악영향들을 낳고 있습니다. 공해, 독소, 대기오염, 수질오염, 지구온난화, 음식첨가물 등 산업화의 파생품들은 인간의 자연치유력을 저하시켜 왔습니다. 일례로 토양오염이나 농약 과용으로 인해 인류는 이전과 같이 건강하고 풍부한 영양소를 지닌 농산물들을 기대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즉 똑같은 양을 먹어도 몸에 필수적인 뭔가는 부족한 그런 칼로리-영양 불균형의 시대가 왔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기술에 대한 과도한 맹신과 의존이 불건강의 근원지인 머리 과잉을 심화시켜 왔다는 것입니다. 머리 과잉은 내 몸의 정당하고 진실한 요구를 무시하거나 억압하는 목적이나 결과 중심의 삶을 낳는 현대인의 중독적 욕망과 '해야한다'는 이성의 과잉입니다. 사람들이 자신에 내재된 진실한 힘을 믿지 못하고 외부에 의존할 때 인간의 몸은 점점 나약회로에 빠지게 됩니다. 내 몸을 대신해주는 모든 유혹으로부터 독립하고 내 몸의 정체성을 높여야 합니다.

심지어 의사로부터도. 저는 저를 찾는 사람들에게 너무 저에게 의존하지 마시라고 항상 경고합니다. 나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당신이 평생 건강해질수 있는 주도권은 약해진다고 말입니다. 어서 건강해져서 저에게서 졸업하라고 일러드립니다. 처음에는 의아해하시는 분들도 내 몸 훈련을 통해 몸을 바꾸어 나가면서 제 말이 무슨 말인지 아시게 됩니다. 저 또한 박지성 선수를 바라보는 히딩크 감독의 뿌듯한 심정을 알게 됩니다. 몸을 바꾸어 질병을 고쳐 저로부터 독립할 때 자기 혼자 프리미어리그를 호령할 능력을 갖추어 당당히 세계와 경쟁하고 있는 제자를 바라보는 기분을 느낍니다. 의사인 나는 코치이고 공은 선수인 여러분이 직접 차는 것입니다.

현대인들은 자신을 믿지 못하고 점점 기술을 맹신하거나 의료진에게 기댑니다. 이러다보면 건강을 건강할 때 지키는 건강한 정신은 싹틀 수 없습니다. 항상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악순환을 반복할 수밖에 없습니다. 더군다나 상업화는 내 몸의 자생적인 치유능력에 변형을 가하고 현대문명에 의존하게끔 사람들을 조종합니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려운 시기를 겪어오면서 몸을 혹사했기 때문에 몸에 대해 보상해 주려는 심리가 강합니다. 보상심리가 우리나라 사람들의 빨리빨리 풍조와 맞물리다 보니 인위적이고 조급한 보신주의나 주사제나 증상 억제 약물등의 의료 오남용 등이 횡행하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머리 과잉은 내 몸 혹사를 낳습니다. 목적이나 결과 중심 사고가 지배하다보니 항상 과로하게 됩니다. 과로한 몸이 신호를 보내도 머리는 자신이 설정한 목표나 대의를 위해 이를 무시하게 됩니다. 40대 과로사의 가장 큰 이유가 머리 과잉으로 인한 내 몸 혹사에서 옵니다.

머리 과잉의 한가지 더 치명적인 문제점은 내 몸 부족을 일으킨다는 것 입니다. 필연적으로 머리와 연결 될 수밖에 없는 내 몸이 운동이나 활동량 증가 등의 고단하고 정직한 길을 가려고 하면 할수록 머릿 속을 과잉 점유한 중독적 욕구가 훼방을 놓게 됩니다.

머리 과잉과 내 몸 부족의 교묘한 협업의 대표적인 예가 성인병의 허브역할을 하는 뱃살입니다. 식량 생산의 과잉과 음식 산업의 발전은 필요 이상의 음식물들을 세상에 제공하여 지불 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항상 과잉으로 음식들을 구매할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음식 보관 기술의 발전은 과잉 축적을 더욱 용이하게 하여 그날 포획한 음식을 그날 먹었던 원시인들에 비해 음식 획득 기회를 무한대로 증가시켰습니다. 그리고 넘쳐나는 음식 광고들은 사람들에게 잘 먹는 것이 행복한 것이고, 먹는 즐거움이 얼마나 판타스틱한 것인가를 지속적으로 주입시켜 왔습니다.

'유비쿼터스 스트레스 사회'(현대생활의 모든 것에,그리고 모든 곳에 스트레스가 있다)의 고단함을 대처할 일상적인 도파민 충족제로 사람들이 먹는 것을 선택한다는 것은 그리 놀라운 사실이 아닙니다. 더욱이 식사 본연의 의미를 상실한 음식 먹기는 점점 더 욕망의 요구도가 높아지는 역치 상승의 원칙에 따라 필연적으로 과식,폭식, 편식의 길로 가게 됩니다. 한편으로 이동이나 통신기술의 발전은 이전에 비해 사람들이 거의 움직이지 않고도 다른 사람들을 만나거나 원하는 목적지까지 가는 것을 가능하게 하고 있습니다. 직접 대면으로 정보나 대화를 주고 받던 예전에서 우편, 전화, 문자메시지, 메신저 등으로 모든 업무가 가능해진 오늘의 현실은 움직임의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습니다.

현대인은 아파트 고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자가용으로 직장까지 이동하여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무실로 이동합니다. 사무 공간은 거의 움직임없이 모든 업무를 처리할수 있게끔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보다 빨리 보다 많이라는 효율성의 명제 아래 테크놀로지의 발전은 움직이지 않고자 하는 내 몸 관성의 (-)영역에 아부하게끔 내 몸 환경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러다보니 많이 먹고 움직이지 않는 현대인은 팔다리는 가늘고 배와 머리는 큰 거미원숭이형의, 흡사 스필버그의 영화에서 봤던 외계인의 체형으로 인종 변형을 일으켜 가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다 머리 과잉, 내 몸 부족의 결과입니다.

유태우의 신건강인센터 박민수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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