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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하나 부통령 피살 … 파라과이 정국 소용돌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파라과이 정계 2인자인 루이스 마리아 아르하나 부통령이 23일 오전 총격으로 사망함으로써 파라과이 정국이 혼미 상태에 빠졌다.

그는 이날 오전 8시 (현지시간) 승용차편으로 아순시온시 중심부의 집무실로 출근하던 도중 검은 승용차에서 내린 군 위장복 차림의 괴한 2명으로부터 총격을 받아 숨졌다.

파라과이는 35년간의 군사독재 끝에 지난 89년 민주화 바람을 타고 민간정부로 복귀했지만 정치적 혼란이 끊이지 않는 나라. 특히 라울 쿠바스 대통령이 지난해 8월 쿠데타 혐의로 징역 10년형에 처해진 리노 오비에도 전 육군사령관을 전격 석방한 뒤 정치적 긴장이 높아졌다.

아르하나 부통령은 쿠바스 대통령의 강력한 정치적 경쟁자로 지목돼온 인물. 과거 알프레도 스트로에스네르 독재정권 아래서 대법원장과 외무장관을 역임했으며 '여당내 야당' 의 핵심인물로 부상했다.

쿠바스 대통령이 물러날 경우 후계자 0순위로 꼽혀 왔다.

아르하나 부통령은 쿠바스 대통령과 같은 집권 콜로라도당 소속. 그러나 야당이 오비에도 석방은 헌법위반이라며 쿠바스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제출하자 아르하나 부통령은 콜로라도당내 추종세력을 이끌고 이에 동조, 탄핵안을 가결시킨 뒤 한달만에 암살당했다.

AP통신은 폭넓은 대중적 지지를 받았던 아르하나 부통령의 피살 소식이 전해지자 수도 아순시온에는 폭동이 발생했다고 현지 언론을 인용, 보도했다.

아직 암살을 자행했다고 주장하는 단체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파라과이 당국은 범인 색출을 위해 국경을 폐쇄조치했다.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군부나 쿠바스 대통령측이 탄핵을 저지하기 위해 아르하나 암살에 관여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파라과이 정국은 한바탕 홍역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아순시온 AP.AFP =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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