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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업계 하청 탈피 창작품으로 승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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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고전 (古典) 이 한국 애니메이션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인가. 하청위주였던 국내 애니메이션 제작사에 최근 창작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그것도 로봇이나 외계인이 아닌, '춘향전' 과 '심청전' 이라는 전래 고전을 바탕으로 한 대작 극장판이 기획제작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오는 8월 국내 개봉을 목표로 한국과 미국에서 제작중인 '성춘향뎐' (감독 앤디 김) 은 영화진흥공사 물권담보 및 전북 남원시의 지원을 받아 총2백만달러 (약 24억원)가 투입되는 80분물.

사랑이야기 못지않게 변학도라는 인물을 빌려 한국 정치경제의 난맥상을 표현함으로써 이도령의 출현에서 관객들이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제작사인 '투너신' 김낙진 회장 (51) 의 귀띔이다.

한편 5백만달러 (약 60억원) 라는 엄청난 제작비를 들여 2000년 말 개봉을 목표로 추진중인 '왕비 심청' 역시 하청에만 주력했던 애이콤 프로덕션 (회장 넬슨 신.63) 이 처음으로 내놓을 창작 장편 극장물. 현재 시나리오 탈고가 끝났으며 동아.LG만화페스티벌 공모전 출신인 김명갑씨 등 3명이 작품 컨셉에 참가, 새로운 감각을 접목하고 있다.

간신모리배의 역모 제의를 뿌리친 탓에 자객들에게 부인을 잃고 자신은 소경이 돼 은둔생활을 하는 심봉사, 스스로 공양미 3백석 구하기에 나서는 적극적인 심청, 못된 뺑덕어미와 그녀의 착한 아들 뺑덕이, 그리고 삽살개.거위.거북.고슴도치의 네마리 동물이 극의 주축을 이룬다.

이처럼 국내 창작물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배경은 세 가지로 압축된다. 우선 중국시장의 급성장에 따라 하청만으로는 앞으로 1~2년 정도밖에 버틸 수 없다는 위기감이 크게 작용했다.

또 일본대중문화 개방 수순에 따라 높은 수준의 일본 극장판 개봉을 목전에 두었다는 초조감과 국산작품 방송쿼터제 등 창작 애니메이션에 대한 정부의 지원 가시화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바탕 위에 인지도가 높은 전래 고전을 현대적으로 해석, 국내는 물론 세계 시장을 노린다는 것이 이들의 전략. 선녹음방식을 채택하고 만화.애니메이션을 공부한 젊은 인력들을 기획부문에 집중투입하는 것도 공통된 특징이다.

지금까지 국산 애니메이션의 흥행실패가 마케팅 부족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있는 이들은 영어및 스페인어등 다른 외국어 더빙에도 신경써 보다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설 방침이다.

정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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