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맥짚기] 공인중개사 시험 '이상 열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5면

부동산공인중개사 시험 열기가 대단하다. 다음달 25일에 치러지는 올 시험 응시자가 15만명 가량 될 정도다.

실직자.주부들은 물론 노후 대비책으로 자격증을 따두려는 일반 직장인들이 많은 탓이다. 일단 시험에 붙으면 큰 돈 안들이고 개업할 수 있고 잘 만하면 안정적인 수입을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해 너도 나도 시험대열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런 열기 때문에 공인중개사 학원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고 케이블 TV들도 앞다퉈 공인중개사 강좌에 열을 올리고 있다. 수험서적들이 불티나게 팔려 출판사들도 신바람이 났고 시험대비 특강도 인기다. 별 내용없는 부실한 특강이나 모의시험에도 사람이 몰린다.

전반적인 부동산 시장은 침체돼 있지만 공인중개사 시험 관련 업종은 호황이다. 주변 분위기는 중개사 자격증만 따면 생활이 활짝 펴질 것으로 인식하는 느낌이고 관련 업종들은 이를 더욱 조장하고 있다.

하지만 실상은 수험생들이 생각하는 것 만큼 화례하지 않다. 전국에 개업중인 4만여개 중개업소 가운데 정상적인 영업을 유지하는 곳은 얼마나 될까.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지만 전체의 30% 가량은 사무실 임대료도 제대로 못내는 형편이라는 게 중개업협회측의 분석이다.

경기가 침체돼 거래가 안되는데다 중개업소가 워낙 많아 수지타산 맞추기가 매우 어렵다고 야단이다. 지난해 8천여 곳의 중개업소가 문을 닫았다. 물론 7천여곳이 새로 개업했지만 전체적으로는 1천여곳이 감소한 셈이다. 개업자도 10%정도만 겨우 먹고 살정도고 나머지는 되레 돈을 까먹고 있는 처지다.

경기가 살아난다 해도 중개업소가 너무 많아 큰 수익을 기대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게다가 거래 관련 첨단 정보망이 개발되면 지금과 같은 중개방식으로는 밥먹고 살기 힘들어지게 된다.

전국 지점망을 갖춘 종합부동산회사들이 설립되고 거래 정보망이 발달될 경우 굳이 동네마다 중개업소가 있을 필요가 없다. 수요자들이 정보와 서비스가 완벽한 은행 형태의 부동산회사지점을 찾게 돼 동네 중개업소는 자연 도태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수요자들의 입맛에 맞는 상품을 제공하고 철저한 사후 서비스를 보장하는 외국 부동산중개회사들도 속속 들어와 우리 중개업소들의 타격은 불가피한 현실이다.

그런데도 중개사 시험이 과열로 치닫는 것은 중개업의 전망이 기대 이상으로 부풀려 있는 탓이리라.

최영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