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일본 ‘고바토 정권’ 분권형 권력 체제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일본 민주당이 정부와 당의 권력을 분점하는 ‘분권형 2중 권력’을 구축하고 있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사진左) 민주당 대표는 총리로 취임해 정부를 주도하고, 민주당의 실세인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右) 대표대행은 간사장을 맡아 당·국회 운영을 장악하는 구도다.

일본 정계에서는 이런 ‘투톱 체제’를 오자와·하토야마의 머리글자를 따서 ‘고바토(小鳩) 정권’이라고 부르고 있다.

권력 구도의 윤곽이 잡히면서 내각의 3대 핵심도 윤곽이 드러났다. 내각의 2인자인 부총리 겸 국가전략국 담당상에는 간 나오토(管直人·62) 대표대행, 외상에는 차기 총리군에 들어 있는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56) 간사장, 재무상에는 후지이 히로히사(藤井博久·77) 전 대장상이 내정됐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6일 보도했다.

◆2중 권력 된 ‘고바토 정권’=하토야마 대표가 정권 장악력 약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오자와를 간사장에 내정하고 당권을 맡긴 것은 총선 압승을 이끈 그의 공로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여당의 간사장은 국회 대책을 지휘하는 것은 물론 당내 인사권과 선거자금 운용권을 쥐기 때문에 민주당 권력은 갈수록 오자와에게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자와의 계파는 총선 전에도 당내 최대였다. 그런데 총선 압승으로 그의 계파가 50명에서 120명으로 증가하면서 오자와의 중용은 불가피했다. 내년 참의원 선거도 겨냥했다. 고시이시 아즈마(輿石東) 민주당 참의원 의원회장은 오자와 기용을 망설이는 하토야마에게 3일 전화를 걸어 “참의원 선거를 대비하려면 오자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고 요미우리(讀賣)신문이 5일 보도했다.

◆실세들 주요 각료로 입각=간 대표대행은 오자와에게 밀려 당권을 장악하지 못했으나 예산 재편성과 관료 개혁을 통해 민주당 정책공약 실행을 진두지휘하게 된다. 오카다 간사장은 ‘대등한 미·일 관계’와 ‘아시아 중시 정책’이라는 민주당 외교 정책을 담당하게 된다. 후지이 재정상 내정자는 호소카와(細川)·하타(羽田) 내각에서 잇따라 대장상을 역임한 경제 전문가다. 그는 예산 재편성과 정책 공약 집행에 필요한 재원 마련을 담당하게 될 전망이다.

정부 대변인인 관방장관에는 하토야마의 측근 히라노 히로후미(平野博文·60) 당 임원실장, 신설되는 연금상에는 나가쓰마 아키라(長妻昭·49) 중의원이 각각 내정됐다. 연정 구성에 따라 후쿠시마 미즈호(福島瑞穗·54) 사민당 당수와 가메이 시즈카(龜井靜香·73) 국민신당 대표도 주요 각료로 입각될 전망이다.

◆‘북·일 대화’ 추진되나=연정의 주요 파트너인 사민당은 ‘북·일 대화 추진’을 연정 합의문에 명기하도록 요구했다고 NHK가 6일 보도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북핵, 일본인 납치자 해결을 전제로 대화를 추진한다는 방침이어서 합의문 도출에는 난항이 예상된다. 외상으로 내정된 오카다 간사장도 4일 “납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선 각국과 협력해 강력한 경제제재에 나설 때”라고 밝혀 자민당 입장과 다르지 않음을 시사했다.

한편 북한은 일본의 대북정책을 완화시키기 위해 조총련에 민주당 정권과의 접촉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고 산케이(産經)신문이 6일 보도했다.

대북관계에 정통한 일본 소식통을 인용한 이 신문은 “북한 노동당이 지난 7월 조총련을 담당하는 ‘225대외연락부’를 통해 조총련 중앙본부에 총선 승리가 예상되는 일본 민주당에 대한 ‘공략지령’을 내렸다”고 전했다.

도쿄=김동호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