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모터의 ‘본능’은 발명된 지 100여 년 동안 돌아가는 것이었다. 전기 스위치를 켜면 모터의 중심 축이 회전하면서 승강기의 줄을 감아 올리거나 내린다. 믹서기에서는 칼날을 회전시켜 과일 등을 잘게 분쇄한다.
그러나 모터의 본능도 진화하고 있다. 상하 또는 좌우로 움직이는 ‘직선 운동’을 ‘회전 운동’에 이어 모터의 본능에 추가해야 할 판이다. 회전 모터로 직선 운동을 만들어 내려다 보니 물건의 부피가 커지고, 부품이 많이 필요하다. 직접 직선 운동을 하는 모터가 있다면 기계의 효율을 훨씬 높일 수 있는 것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박막재료연구센터의 윤석진 박사가 개발한 ‘직선 모터(사진)’는 삼성전자 디지털카메라의 손떨림 방지장치 안에 내장돼 있다. 손이 떨려 카메라가 내려가면 직선 모터는 카메라 초점을 위로 잡아주고, 카메라가 오른쪽으로 움직이면 초점을 왼쪽으로 움직여 원래의 위치를 잡아 주는 것이다. 윤 박사의 모터 재료는 두께 1㎜의 세라믹이다. 여기에 전류를 가하면 물결 형태의 움직임이 반복적으로 생긴다. 그 위에 힘을 전달하는 막대를 놓아 두면 막대는 좌우 또는 상하로 움직인다. 이게 직선 모터의 원리다. 수십 나노(1나노=10억분의 1m)의 정밀도로 위치를 조종한다. 직선 모터는 카메라의 줌 렌즈와 자동 초점을 비롯해 반도체 생산 등 다양한 분야로 활용도를 급속히 넓혀가고 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