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 없는 기술은 한계 그래서 에디슨이 GE에 졌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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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호 06면

마스카와 교수가 4일 SK텔레콤 본사 4층 대강당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신인섭 기자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는 첨단 정보기술(IT) 기업 연구원들에게 어떤 조언을 했을까. ▶꾸준히 계속하라 ▶보수를 목적으로 삼지 말고 즐겁게 일하라 ▶목표를 가지고 데이터를 읽어라.

마스카와 교수 SK텔레콤 강연

마스카와 도시히데 교수는 4일 오전 SK텔레콤 본사에서 강연을 했다. 정만원(57) 사장과 연구 분야 임직원 130여 명이 강연을 들었다. 분위기는 진지했다. 정 사장은 강연 내내 메모를 하며 집중해 들었다. 임재봉 SK케미칼 화학연구소장은 “총기보다 끈기와 통찰력이 중요하다는 말씀에 공감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강연 요지.

기업 활동은 오늘날 사회에 없어서는 안 된다. 기업의 활동도 매우 폭넓어졌다. 위대한 기술이 현대사회에서 기술의 수준을 한꺼번에 바꿔 버릴 가능성이 더 커지고 있다.

과학과 사회의 기본적인 관계를 말하기 위해 발명왕 에디슨의 실패담을 예로 들겠다. 에디슨은 많은 발명을 했지만 기초과학에 대한 지식은 없는 사람이다. 경쟁 회사인 GE에는 정규 교육을 받은 기술자들이 있었다. 에디슨은 직류 전기를, GE는 교류 전기를 팔았다. 교류는 변압기를 사용하면 쉽게 전압을 올리거나 내릴 수 있지만 직류는 그렇지 않다. 교류의 경우 전압을 10배 올리면 100배의 전기를 보낼 수 있다. 처음엔 두 회사가 다 잘됐지만 고객이 늘어나자 전기량을 늘리지 못한 에디슨의 회사는 망하고 말았다. 에디슨적 지식, 즉 모방을 통해 기술을 조립한 것만으로는 부족한 것이다. 요즘은 과학이 훨씬 발전해 기초과학에 대한 충분한 지식이 없으면 사회에 유용한 것으로 만들 수 없다.

기초과학은 인간 생활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내가 연구하는 소립자 지식이 사회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은 없다. 당연한 일이다. 세부적인 것들을 쉽게 환원할 수는 없다. 과학자는 극단적인 실험장치를 생각해 발명을 한다. 나중에 본래 발명 목적과는 다른 용도로 이것이 사회에서 사용된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개발한 장치가 오디오에 사용되는 식이다. 에디슨 시대에는 수십 년 있어야 개발된 것이 상용화됐는데 요즘은 기술이 유용하다 싶으면 불과 2~3년 만에 실용화된다.

노벨상을 받을 만한 연구만 가치 있는 건 아니다. 과학적 활동은 정말 다양하다. 자기가 공헌할 수 있는 분야에 몰두해야 한다. 과학은 자신이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통해 보상받는 것이다. 스포츠 선수가 상을 받지 못하더라도 자신의 기록을 넘어섰을 때 스스로 보상을 받는 것과 마찬가지다.

두뇌 회전이 빠르다는 건 연구자에게 오히려 마이너스다. 일본에는 ‘수재병’이란 말도 있다. 수재는 중요한 논문을 금방 이해하고 그걸 발전시키기 때문에 빛이 난다. 하지만 진정한 연구는 그 너머에 존재한다. 난제에 부딪히면 수재는 ‘어렵네’ 하고 그 옆을 돌아본다. 그랬다가 ‘어, 이건 내가 할 수 있겠네’ 하면서 옆길로 새고, 또 어려운 데 부딪히면 다시 옆길로 샌다. 그런 사람들은 대학원생까지는 활약하지만 조교수 급이 되면 점점 사라진다. 조교수 때 가서 잘하는 이는 조금 느리다 싶은 그런 사람이었다. 꾸준히 오래 앉아 있는 사람이 좋은 연구자로 발전했다.

연구하다 보면 오늘 여기까지 데이터를 작성했다, 그걸로 끝나기 쉽다. 목표는 더 높은 곳에 있어야 한다. 내가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를 고민하면 똑같은 실험 데이터에서도 다른 의미를 읽어 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과학적 활동은 즐거운 일을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 과학적 활동으로 보수를 받을 수도 있지만 그 보수를 목적으로 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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