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금감위장 '부채비율 200%' 탄력운용 시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이헌재 (李憲宰) 금융감독위원장은 "5대그룹의 부채비율 2백% 축소는 목표가 아니라 수단" 이라며 부채비율 목표를 탄력적으로 적용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李위원장은 "자산재평가나 현물출자를 통한 부채비율 축소는 재무구조 개선이란 본래 취지와 어긋나는 만큼 의미가 없다" 며 "5대그룹은 이를 제외하고 계열사 매각 등을 통해 지난해 은행과 맺은 약정대로 부채를 줄여야 할 것" 이라고 강조했다.

李위원장의 이같은 발언은 구조조정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이 제대로 이뤄질 경우 5대그룹에 부채비율 2백% 축소를 반드시 강요하지는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돼 주목된다.

李위원장은 17일 신라호텔에서 열린 보험사 최고경영자 간담회 후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최근 재계에서 요구하고 있는 자산재평가와 현물출자를 통한 장부상 부채비율 줄이기를 인정하지 않을 방침임을 거듭 확인했다.

이에 앞서 李위원장은 '보험산업의 정책방향' 강연을 통해 국내 손해보험사들도 부실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증자.합병.외자유치 등을 통해 강도높은 자구책 마련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금융감독위원회는 최근 국내 보험산업에 선진국 기준의 지급여력 비율을 적용할 경우 11개 손해보험사들 중 상당수는 부실판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들에 대해서도 합병.매각 등 강력한 구조조정을 유도할 계획임을 밝힌 바 있다.

李위원장은 또 최근 기업들의 워크아웃 기피추세와 관련, "최근 저금리.환율상승 등으로 워크아웃 없이도 정상영업이 가능하다고 판단하는 기업이 늘어나 워크아웃의 필요성이 줄어들고 있는게 사실" 이라며 그러나 아직 상당수 기업은 독자회생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돼 조만간 워크아웃 신청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와 관련, "6월이면 기업의 수익성을 고려한 은행들의 새 자산건전성 기준이 마련된다" 며 "이 기준에 미달하는 기업은 자율적으로 워크아웃 신청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수밖에 없을 것" 이라고 강조했다.

이정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