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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비리 변호사들 솜방망이 처벌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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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법원이 사건 수임 비리 등의 혐의로 기소된 변호사들에게 잇따라 가벼운 형을 선고, 논란이 일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변호사들에 대한 이 같은 '선처'가 법조 비리의 근절을 어렵게 하는 이유 중 하나로 지적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는 지난 13일 법조 브로커에게 돈을 주고 사건을 소개받은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부장판사 출신의 변호사 M씨(49).C씨(50)에 대해 각각 벌금 20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이들 등 변호사 3명에게서 사건 알선료로 1억22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브로커 K씨에게는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검찰 단계에서도 두 변호사는 불구속 기소된 반면 K씨는 구속기소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도 지난 12일 법조 브로커를 고용해 사건을 수임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변호사 S씨(39)에게 벌금 20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S씨에게 사건을 알선하고 1700만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브로커 3명에게는 벌금보다 형량이 높은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이들 M.C.S씨는 검찰이 이달 초 법조비리 사건에 연루돼 기소한 변호사 13명 중 일부다.

현행 변호사법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변호사에게 일정 기간(집행유예의 경우 집행유예 기간이 지난 후 2년간) 변호사 업무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벌금형을 선고받으면 원칙적으로 계속 업무를 할 수 있다. 다만 변협 징계위원회가 정직 결정을 내릴 수는 있다. 이와 관련, 법원은 변호사에게 브로커보다 가벼운 형을 선고하는 것은 브로커의 죄질이 더 나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브로커들이 변호사보다 강자인 경우가 많다"면서 "사건에 목말라 하는 변호사를 유혹하는 브로커를 더 엄하게 처벌하는 것이 판결 경향"이라고 말했다.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브로커 K씨의 경우 '전관예우'를 받아 재판에서 성공률이 높은 변호사들만 찾아다니며 사건을 소개하는 등 죄질이 나쁘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그러나 법조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변호사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검찰이 연례적으로 대대적인 단속을 하는데도 비리가 반복되는 것은 법원의 처벌이 미약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검찰은 2000년과 지난해 세차례 수사를 통해 비리 변호사 63명을 기소했고 올해도 22명의 변호사를 적발(13명 기소)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장주영 사무총장은 "브로커를 원하는 변호사들이 있기에 불법이 반복되는 것"이라면서 "변호사들을 가볍게 처벌하는 법원 관행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이송희 간사는 "판.검사 출신 변호사들이 일정 기간 퇴임 직전 근무지에서 형사사건을 수임하지 못하게 해 전관예우 관행을 없애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경.천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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