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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책] 마중 나온 해파리우산, 고물 타고 우주여행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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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비가 와도 괜찮아
류호선 글, 박정섭 그림
시공주니어, 32쪽, 9000원

루이의 우주선 상상 1호
에즈라 잭 키츠 글·그림
서애경 옮김, 웅진주니어, 32쪽, 9000원

상상력엔 결핍을 채우는 마법이 있다. 지루하고 허전한 일상이 상상력 덕에 풍성하고 흥미로운 모험이 된다. 상상력 속에서 아이는 자라고 어른은 위로를 받는다. 상상력의 그 위대한 힘을 보여주는 그림책 두 권이 동시에 나왔다.

『비가 와도 괜찮아』는 갑작스레 비가 오는 날, 우산 없는 아이의 속내를 담은 이야기다. 복도에는 엄마들이 색색의 우산을 들고 아이들을 기다린다. 대책 없는 ‘나’는 상상을 해본다. 하늘 위 검은 비구름 위로 올라가서 걸어가는 상상, 비가 안 오는 사막으로 이사를 가는 상상, 비 내신 눈이 오는 북극이나 남극으로 이사를 가는 상상….

천진한 상상이 무거운 기분을 한결 발랄하게 바꿔놓는다. 하지만 번번이 현실의 벽에 부닥쳤다. 구름 위로는 걸어갈 수가 없고, 사막에도 가끔씩 비오는 날이 있고, 아빠가 하는 일이 수영복 만드는 일이라 북극이나 남극으로는 이사를 갈 수가 없다.

이제 상상력은 추억에서 가지를 친다. 주인공이 갖고 있는 볼펜에 새겨진 문구 ‘푸른 수족관’이 단서다. 아마도 엄마 아빠와 함께 갔었을 수족관. 아이는 그 수족관에서 본 해파리를 떠올렸다. 크고 투명한 해파리가 아이의 머리 위에서 우산처럼 활짝 펴지더니 마구마구 쏟아지는 비를 막아준다. 가족들과의 행복한 추억이 바로 아이에게 특별한 우산이 된 셈이다.

『루이의 우주선 상상 1호』는 칼데콧상 수상 작가인 에즈라 잭 키츠의 1981년작이다. 주인공 루이는 속이 상했다. 친구들이 아빠를 고물 아저씨라고 놀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빠는 당당하다. “상상력만 있다면 고물을 타고 우주여행도 할 수 있다”면서 루이를 자극했다. 루이는 친구 수지와 함께 우주여행을 떠난다. 신기하고 아름다운 별들을 지나 우주 구석구석을 돌아다녔다. 놀리던 아이들도 루이의 여행에 동참했다. 너도나도 고물에 올라타고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렇게 루이에게 상상력은 곧 희망으로 가는 길이었다.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바로 상상력이기 때문이다. 마블링 기법으로 신비롭고 광활한 우주의 세계를 담아낸 환상적인 그림도 색다른 볼거리가 됐다.

『루이의 …』는 출간된 지 30년 가까이 지난 ‘고전’이다. 하지만 화려하고 값비싼 장난감에 길들여진 요즘 아이들에게 더 시사점이 큰 책이다. 정해진 사용법에 따라 갖고 놀아야 하는 게임기와 실물을 그대로 축소해놓은 듯 정교하게 만든 모형 장난감이야말로 자유로운 상상력에 가장 큰 장애물이 될 수 있어서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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