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신마비극복 아주대 이광원교수 강의.연구 더 맹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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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아주대 공대 전기전자공학부 이광원 (李光遠.53) 교수는 하반신을 전혀 쓸 수 없다.

대소변도 부인 이후복 (李厚福.49) 씨가 도와줘야 가능하지만 하루 5시간 이상 컴퓨터와 씨름한다.

李교수는 95년 2월 교통사고로 척추를 다쳐 40일간의 중환자실 생활을 포함, 1년동안 병원에 입원했다.

"처음에는 눈앞이 캄캄했죠. 그러나 휠체어를 탄 젊은이들을 보고는 '애들도 다 키운데다 교수인 나는 나은 편' 이란 생각이 들었죠. " 그래서 입원 6개월 후 학교에 대학원 강의 신청을 냈고 학교는 이를 받아들였다.

강의 때는 학생들이 병원으로 찾아와 李교수를 강의실로 모셔갔다.

96년 봄 李교수는 학교로 돌아왔다.

부인 李씨가 승용차를 운전, 李교수의 출퇴근 (주당 3일) 을 맡았다.

학교측도 李교수의 휠체어를 위해 건물 곳곳의 계단에 철제 램프를 설치했다.

그러나 몸은 의욕만큼 따라가질 못했다.

李교수는 "하반신 마비가 되면 관절이 굳고 욕창이 발병할 가능성이 큰데다 춥고 더운 날 체온조절이 제대로 안된다" 고 말했다.

그러다 97년말 터진 IMF 사태와 실업대란은 李교수에게 자극제가 됐다.

李교수는 "일이 있다는 것이 정말 고마웠고 '평생 논다' 는 단어가 끔찍하게 느껴졌다" 고 말했다.

李교수는 지난해 정부.기업체 프로젝트 사업에 적극 도전, '현대중공업의 철도차량 전력 효율성 개선사업' (단독). '정보통신부의 헬리콥터 제어장치 개선사업' (공동) 등 2건을 따냈다.

또 대학원생들과 함께 다섯차례 외부 학술회의에 참석했다.

올해는 중소기업의 산업용 모터 속도제어 프로젝트를 맡을 예정. 몸을 다치기 전 3년에 2건 정도 프로젝트를 맡은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왕성한 활동이다.

李교수는 올해 처음 연구년을 맞았다.

그동안 부족했던 공부를 보충, 더 충실히 강의하기 위해서다.

정교수로 정년 (65세) 이 보장돼 있지만 "강의와 프로젝트 사업에 최선을 다하되 능력이 부족하면 언제든지 강단을 떠나겠다" 는 것이 李교수의 다짐이다.

오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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