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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김해화 '노란 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꽃다지꽃 노랗습니다

산수유 개나리

낮은 민들레꽃 노랗습니다

지친 아내 얼굴도 노랗습니다

일 끊겨 넉달

오늘도 새벽 로타리 허탕치고 돌아서는

노가다 이십년

내 인생도 노랗습니다

말짱 황입니다

- 김해화 (42) '노란 봄'

노랑이 얼마나 화려한 색깔인가.

멋진 여자도 노란 색 옷을 잘 입고 못입고에 따라 그 멋의 수준이 판가름 난다.

자연에도 노랑은 오묘한 색채다.

탄생 이전같은 산수유 노랑, 소년소녀들의 합창같은 개나리 노랑, 밭두렁에 나가면 거기 가만히 있는 꽃다지 노랑의 적요, 그러다가 더러 첫나비 부르는 민들레 노랑이 여기저기 앉아 있다.

이런 향토의 노란 향수조차도 시대의 밑바닥에서 이어가는 삶에는 지친 아내의 노랑이 되는 것이다.

인력시장 일이 끊긴 막일꾼 인생 그것의 노란이여, 황이여.

고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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