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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브랜드 끝없는 몰락…경제위기에 마케팅위축 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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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나이키.코카콜라 등 미국계 브랜드가 최근 아시아 지역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것과 달리 정작 아시아 기업의 브랜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경제위기 이후 대부분의 아시아 기업들이 판촉.광고 비용을 줄인 결과다. 브랜드 이미지가 떨어지다보니 판매까지 위축되는 악순환도 없지 않다. 당장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뚝 떨어졌고, 기업들도 상품을 파는 것보다 구조조정이 급한 때문이다.

미국의 경제주간지 포천은 "소니가 캠코더와 워크맨 등의 제품에서 독보적이고 한국의 삼성.LG 및 대만의 에이서 (Acer)가 그나마 선전하고 있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며 미국 브랜드가 아시아를 서서히 점령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아시아 기업들이 브랜드 이미지 창출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기술.자본력이 취약한데다 ▶목재.가스.석유.고무 등 1차 생산품이 주종을 이루다보니 처음부터 브랜드와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 기업들이 정부의 보호를 믿고 자국민의 취향에만 맞춰 제품을 생산한 결과 국제 경쟁력도 떨어지게 됐다.

이러한 기회를 틈타 다국적 기업은 무풍지대의 점령군처럼 쉽게 시장을 장악하게 된 것. 포천은 "브랜드가 성공하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국내에서 인정받아야 한다" 고 충고했다.

지난 95년 홍콩 의류 소매업체 상하이 탕은 홍콩인들이 업무에 적합한 중저가 양복을 원하는데도 고가 사치품만 출시,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데 실패했다.

그러나 국내에서 성공했다고 해서 브랜드 주가가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필리핀 맥주시장의 80%를 차지하는 산 미구엘은 지난 90년 중국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로서 홍콩의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이 회사는 근로자들이 건설현장에서 지나가는 여성을 흘겨보면서 맥주를 마시는 광고를 내보내 실패를 자초했다. 주소비층인 홍콩의 전형적인 여피족 화이트칼러의 취향에 맞지 않았던 것이다.

반면 홍콩의 의류소매업체 지오다노와 싱가포르 에어라인 등은 아시아 브랜드도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던져주고 있다.

지오다노는 한 남자가 침대 위에서 여성과 개에 의해 끌려가는 데도 바지에 주름이 잡히지 않는다는 광고를 내보내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싱가포르 에어라인은 지난 72년 사업을 시작한 이후 싱가포르 여성의 겸손하고 우아한 이미지를 서비스로 연결, 27년 연속 흑자행진을 기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거 아시아 시장이 닫혀 있을 땐 브랜드 이미지가 약해도 국내에서 성공이 가능했지만, 경제위기 이후 서구기업이 밀려들면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며 "앞으로 브랜드 경쟁력의 구축은 아시아 기업의 생존 문제와 직결될 것" 이라고 말한다.

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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