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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뮤지컬 '남자 넌센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작품성 여부는 일단 접어두고라도 탁월한 흥행 감각을 지닌 서울뮤지컬컴퍼니가 브로드웨이 히트 뮤지컬 '넌센스' 의 남자 버전 '남자 넌센스' 를 무대에 올린다고 했을 때 공연 전부터 흥행보장을 말하는 사람이 많았다.

단 고긴 원작의 탄탄한 음악에다 1년여의 공백을 가졌던 뮤지컬 스타 남경주의 컴백 무대인 동시에 첫 연출작이라는 점, 대중적 인기를 모으고 있는 탤런트 이정섭의 출연 등 많은 화제거리도 이런 예측을 뒷받침해주었다.

공연계의 전반적인 불황을 감안하면 실패라고까지 단언할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의 흥행 성적을 보면 이런 당초의 기대에는 크게 못미치고 있다.

예술성보다는 철저하게 오락성에 초점을 맞춘 이 작품이 공연일수 절반을 넘기면서 눈에 띠게 힘을 잃어가고 있다.

남자가 여자를 연기한다는 기본설정에서부터 바나나와 도넛, 찐빵과 건포도가 등장하는 2막 요리 장면에서도 드러나듯 한국 정서와는 사뭇 동떨어진 미국식 유머도 한 이유. 하지만 이보다 연출력 부재가 더욱 두드러져 보인다.

로버트 앤 역의 배우 남경주는 뉴욕 유학 이전보다 더욱 안정된 음색으로 관객을 사로잡지만 출연배우 다섯 사람의 호흡을 일정한 톤으로 맞추는 연출자 남경주의 한계가 드러난다.

사고로 목숨을 잃은 동료 수녀들의 장례식 비용 마련을 위해 다섯 수녀들이 공연을 벌인다는 줄거리처럼 이번 공연은 뮤지컬 배우들의 장기자랑을 보는 느낌을 줄 만큼 배우들의 연기가 각기 따로 논다.

소울까지 소화해내는 수녀 김민수 (휴버트 수녀 역) 의 노래실력과 익살스런 표정연기가 탄탄한 기둥 역할을 하면서 웃음을 유발하지만 그의 개인기에 비해 떨어지는 다른 배우들의 부족함은 눈에 거슬린다.

특히 원장 수녀 메리 레지나 역에 송용태와 함께 더블 캐스팅된 이정섭은 특유의 늘어지는 여성투의 말이 전반적인 극의 흐름을 떨어뜨려 관객들이 웃을 타이밍조차 빼앗는 경우도 있다.

결과적으로 무대감각과 노래실력 면에서 송용태보다 '덜' 재미있는 원장 수녀가 돼 버렸다.

연출자 남경주가 가장 신경을 쓴 음악적 완성도 면에서도 높아진 관객의 기대수준을 충족시키지 못하기는 마찬가지. 기존의 '넌센스' 가 전해주지 못한 섬세한 음악적 아름다움까지 담아내겠다는 의욕을 보였으나 일부 배우들의 불안정한 고음 처리 때문에 차별화 전략이 크게 주효하지는 못했다.

21일까지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02 - 562 - 1919.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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