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진의 서핑차이나] 한국기업 중국 전략 버전업 할 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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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기업의 제품전략은 일본 시장에서 성공하면 한국과 대만, 다음에 중국에 투입하는 순서였다. 이제 처음부터 중국이다. 중국에서 만들어 중국에서 팔고, 일본 기업들은 중국인이 원하는 것을 만들 것이다.”
샤오민제(肖敏捷) 다이와소켄(大和總硏) 수석 이코노미스트(조선일보 9월2일자 4면)

지난달 25일자 니혼게이자이신문 1면. 기획시리즈 '대전환' 기사는 한국의 삼성과 LG에게 처절할 정도로 뒤처진 일본 전기전자 기업들을 일갈했다. 1998년 김대중 대통령이 추진한 빅딜을 극찬했다. 국가 최고지도자의 전략적 판단이 오늘날의 한국을 만들었단 뉘앙스다. 신문은 일본판 빅딜을 촉구했다.

최근 2008년 중국외자기업 톱100 자료를 얻었다. 우선 톱 500개 외자기업의 총매출은 국제적인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2007년과 대비해 22.8%나 늘었다. 놀라운 신장세다. 4위를 차지한 다궁(達功)컴퓨터는 92.6%를, 6위를 차지한 다펑(達豊)컴퓨터는 70.0%나 성장했다. 한국 기업으로는 톈진삼성통신기술이 392억위안 매출을 올려 26위로 수위다. 전체1위인 훙푸진(鴻富錦)정밀공업은 1875억위안의 매출을 올렸다. 한국기업은 톱 100위안에 7개에 불과하다. 대만 15개사, 미국 14개사, 일본 15개사, 홍콩 19개사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중국외자기업 톱 500에서 일본기업의 수는 2006년 96개, 2007년 88개, 2007년 87개사로 꾸준히 감소세다. 일본기업의 3차 중국러시를 예고한 샤오민제 이코노미스트의 예언은 여기에 기반한다.

때마침 일본에서는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총리 당선으로 동북아 통합이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일본은 중국 진출 팡파르를 이미 울렸다. 막강한 경쟁자가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한국 기업들은 중국 전략을 버전업 할 준비가 되었는지 궁금하다.

신경진 중국연구소 연구원 = xiao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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