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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엄기영 사장 개혁의지 의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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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가 MBC 경영진의 진퇴 여부에 대한 본격 논의에 착수했다. 방문진은 2일 오후에 열린 이사회에서 경영진으로부터 최종 업무보고를 받았다. 이날 방문진은 추가 질의사항에 대해 경영진으로부터 직접 보고를 들을 예정이었지만 MBC 노조가 항의 방문을 하면서 서면보고로 대체됐다. 방문진은 MBC의 최대 주주로 경영을 관리·감독하는 기관이다.

이날 이사회는 경영진이 불참한 가운데 답변 내용에 대한 검토로 진행됐다. 지난달 세 차례에 걸쳐 이뤄진 업무보고에 이은 최종 검토 자리였다. 경영진에 대한 임면권을 지닌 이사진이 경영진의 진퇴 여부를 결정할지 관심이 쏠렸다. 이날 이사회는 경영진의 진퇴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리진 못했다. 김우룡 이사장은 “경영진의 거취 문제는 민감한 사안이니 외풍과 관계없이 여러 가지 고려를 해 숙고해 보자”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네 차례에 걸쳐 이뤄진 업무보고를 통해 대다수 방문진 이사들은 현 경영진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그간 업무보고를 통해 ‘PD수첩’ 광우병 관련 보도의 왜곡·과장 의혹에 대해 경영진이 제작진의 원본 테이프를 확인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또 방송법에 따라 편성권 등에 대한 권한을 경영진에 위임하고 있지만 단체협약을 통해 사실상 노조가 이를 행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2일 이사회에서도 상당수 이사들은 최종 답변서에 대해서도 “보고가 상당히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일부 답변은 종전 답변을 뒤집은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진은 답변서에서 ‘PD수첩’의 자체 조사에 대해 ‘지난해 7월 2일부터 12일까지 짧은 기간 동안 자체 조사가 이뤄져 촬영 원본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사진이 촬영 원본을 확인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추가 질의를 한 데 대해서다. 차기환 이사는 “종전에는 6월에 조사를 벌였다고 했는데 새로 온 답변서에는 7월로 기간이 변경됐다”며 “허위보고를 했거나 부실보고를 했다는 의구심을 지우기 힘들다”고 말했다.

엄기영 사장은 지난달 26일 경영보고에서 “(MBC의 공영성과 경영 효율성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미흡할 경우 재신임을 묻겠다”며 진화에 나섰다. 이어 닷새 뒤 열린 간부회의에선 “방송의 공정성과 효율 경영을 위해 개혁을 단행하겠다”며 해법을 제시했다. “(노사 간) 단체협약에 (경영진의) 책임경영을 제약하는 문제가 있는 부분을 고치겠다”며 노사 관계에도 변화를 예고했다.

하지만 방문진이 엄 사장의 개혁의지를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 이사는 “엄 사장이 개혁의지가 있다고 봤는데 최종 답변서를 보니 실행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사도 “경영진이 위기의 성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 같다” 고 주장했다. 야당 추천의 한 이사는 “방송 전반에 대한 이해가 아니라 경영진을 일방적으로 몰아세우는 게 적절하냐”며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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