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피플] 삼성에버랜드 환경사업부 김혜주박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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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일이 좋아 열심히 한 것뿐인데…. 어쨌든 노력을 인정받았다고 생각하니 기쁘네요. " 삼성에버랜드 환경개발사업부 김혜주 (金惠珠.46) 박사. 그는 2일 입사 1년5개월만에 과장에서 차장으로 발탁승진됐다.

보통 과장에서 차장 되는데 6년이상 걸리는 것에 비하면 쾌속승진인 셈. 하지만 그가 관심을 끄는 것은 고속 승진으로서가 아니다. 양재천을 살린, 국내 유일의 하천생태복원 분야 여성박사란 점에서 더욱 유명하다. 그는 지난 1년간 생태복원과 관련해 월 1건 이상인 13개의 특허를 출원, 놀라운 연구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하천생태 복원이란 오염된 하천을 깨끗하게 되살리는 학문. 그가 특허출원한 '경사면의 녹화시공방법' 등은 하천 복원을 위한 선진기술을 국내실정에 맞게 개발한 것.

뿐만 아니다. 그는 국내 환경복원부문의 거의 모든 프로젝트에서 자문요청을 받느라 하루도 쉴 날이 없을 정도. 에버랜드의 환경복원부문 사업도 그가 없으면 돌아가지 않는다.

97년 10월 삼성에버랜드에 경력공채 (과장) 로 입사한 그는 1년여간 서울상암동 월드컵구장 환경프로젝트.서울 동숭동 낙산 복원사업.용인수지 정평천 생태복원 조성공사등 생태복원 사업을 전담했다.

그가 이 부문과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87년. 대학에서 원예학을 전공한뒤 9년간 고교에서 원예.농업교사를 하다가 33세의 나이에 "공부를 더 하고 싶다" 는 유혹 (?)에 학교를 마다하고 독일유학을 단행했다.

독어를 한마디도 못했고 결혼적령기가 넘었지만 "처음부터 시작한다" 는 각오로 베를린공대 환경공학과에 뒤늦게 학부생으로 입학한 것. 그때부터 하루 24시간이 아깝도록 공부에 매달린 끝에 지난 96년말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하천생태복원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97년 귀국한 金박사는 건설기술연구원에 특채돼 '양재천 (川) 살리기' 에 참여해 선진이론을 한국에 접목시켰고, 그 결과 죽어있던 양재천을 물고기가 노는 곳으로 재탄생시켰다.

에버랜드로 직장을 옮긴 후 환경복원 비즈니스의 가능성을 느끼고 있다는 그는 "세계적인 환경운동흐름에 발맞춰 환경복원 시장이 큰 폭으로 확장되고 있어 국내에서도 전문가 양성이 시급하다" 고 지적했다.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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