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새만금은 21세기 식량기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새만금호가 제2의 시화호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최근 새만금 간척을 중단해야 한다는 여론도 대두되고 있다.

시화호의 오염을 본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간척을 반대하는 심정은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개발과 환경의 득과 실, 그리고 조화를 통한 새로운 전환을 모색하려는 노력도 없이 국가의 백년대계를 좌우하는 대형 국책사업을 무조건 중단해야 한다는 식의 단편적이고 즉흥적인 대처방법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새만금사업은 이미 다각적인 검토를 거쳐 그 타당성이 인정돼 시행되고 있는 사업으로 이미 상당액이 투자된 상태다.

또 우량농지확보, 통일시대를 대비한 식량안보 대비, 산업단지 및 수자원 확보 등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사업이다.

여러가지 분석 결과 새만금이 결코 시화호와 같은 죽음의 물로 전락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도 자명해지고 있다.

우선 새만금의 입지조건이 시화지구와는 여러 측면에서 다르다는 점이 그렇다.

시화호는 개발 당시부터 대규모 공업단지와 주거단지 조성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서울 등지에서 각종 공해물질을 배출하는 업체들이 대거 이주하면서 환경정화시설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태였다.

그러나 새만금 간척사업의 주목적은 농업용도의 우량농지 확보다.

당초 목적대로 간척지가 순수농업목적으로만 활용된다면 오.폐수로 인한 수질오염문제는 우려하지 않아도 되며, 2.5개월에 한번꼴로 저류된 물을 순환할 수 있는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10개월에 한번 정도 물순환이 가능한 시화호와는 조건부터 다르다.

또한 외곽방조제 끝막이 전까지 새만금호 상류지역에 계획된 환경기초시설을 차질없이 추진하면 수질은 기준허용치 이하로 떨어질 것이며, 이와 별도로 총리실 주관으로 수질보존 종합대책도 수립 중이기 때문에 수질문제는 크게 염려할 바가 못된다고 생각한다.

일부 환경론자들은 농경지보다는 갯벌의 가치가 월등히 높다며 간척으로 인해 오염물질 정화능력이 탁월한 갯벌이 점차 사라져간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갯벌의 생산성이 농경지보다 높다는 주장은 논리적 뒷받침이 부족하다.

또한 기존의 간척지 상태를 조사해 보면 방조제 주변으로 새로 신선한 갯벌이 형성되고 있으며, 내륙담수호에는 습지를 보전해 대규모 철새도래지를 조성하는 등 친환경적인 개발을 통해 기존의 환경을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할 수도 있다는 것이 입증되고 있다.

지금 우리의 식량자급률은 쌀을 제외하고는 한자릿수에 머무르고 있다.

더욱이 북한의 식량난을 고려할 경우 남한의 식량기지 확충은 8천만 한민족의 생존권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단순한 개발과 환경보전이라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새 천년에 대응하는 더 넓은 시각에서 개발과 보전의 득실을 판단해야 할 때다.

이 시점에서 논의돼야 할 것은 8년간 8천6백억원의 사업예산이 투입된 국가정책사업의 중단이 아니라 이 사업이 당초의 사업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미비점을 보완해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공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문동신 농어촌진흥공사 사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